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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버스가 뜨고 있다. 70세 이상 어르신들은 공짜로 이용하는 효도버스, 서울 '타요버스' 인기를 넘보는 춘천 '구름빵버스', 무상버스에 이은 반값버스까지….

한 후보가 서울까지 앉아서 가는 '2층 버스' 공약을 제시하니, 경쟁 후보는 서울로 2분 간격으로 출발하는 '2분 버스' 공약을 내놨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현직 단체장부터 예비후보들까지 앞다퉈 버스 공약과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거진 버스 운영체제 논쟁이 뜨겁다.

버스 때문에 편한 날 없는 경기도민

대부분의 연구 결과에서 출퇴근 거리와 삶의 질은 반비례한다. 한국교통연구원이 2012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노동자의 출퇴근 소요시간은 평균 50분을 넘어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8분을 웃돈다. 특히 경기도·인천 거주 통근자의 23.8%(147만여명)는 매일 두 시간 넘게 길에서 시달린다.

서울의 비싼 집값 때문에 수도권으로 밀려난 사람들은 안다. 왜 버스가 이번 지방선거의 화두로 떠올랐는지.

경기도 파주의 사례를 보자. 파주시와 서울을 오가던 버스 노선 10개가 지난달 9일 운행을 멈춘 이후 한 달 보름이 지나도록 재개되지 못하고 있다. 파주와 강남·여의도를 잇는 광역급행버스(M버스) 2개 노선을 포함해 파주지역 버스노선 대부분을 소유한 신성운송그룹이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신성여객의 적자노선 버스 운행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파주지역 시내·시외버스 노선은 모두 74개(운행버스 713대)다. 이 중 절반 이상인 39개 노선 407대를 신성여객이, 나머지 노선의 3분의 2는 신성 계열의 다른 버스회사가 운행하고 있다.

파주시는 신성여객의 10개 노선 운행 중단을 '일방적인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하루 1천500만원(노선당 150만원)의 과징금을 물렸지만 신성운송그룹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예비후보들 간 불붙은 버스 논쟁

경기도지사 예비후보들 간 때아닌 버스 논쟁은 사실 예고된 싸움이나 다름없다. 경기도민의 10%인 125만명은 서울로 출퇴근한다. 철도·지하철의 교통분담률이 9%에 불과해 29.8%가 버스에 의존한다. 지옥버스 때문에 승용차의 교통분담률은 47.8%나 된다. 서울 진입도로는 상습정체 구간이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당선 배경에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가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기도지사 유력후보로 거론되는 남경필 새누리당 예비후보, 김상곤·김진표·원혜영 새정치민주연합 예비후보 모두 버스공약을 내놓고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핵심은 버스 운영체제다. 버스운영체제는 크게 민영제·준공영제·공영제로 구분된다. 우리나라는 지난 50년 가까이 민간사업자가 독립채산방식으로 운영하는 순수민영제 방식과 정부나 지자체의 보조를 받는 재정지원형을 택해 왔다. 하지만 서울시가 2004년 준공영제를 도입하면서 변화가 생겼다. 현재 서울을 비롯한 6개 광역시에서 시행 중인 준공영제는 '수입금 관리형'이다. 지자체가 수입금을 관리하고, 노선별 운송실적 원가를 정산해 적자노선에도 원가만큼 배분하는 방식이다. 지자체가 '표준운송원가'를 미리 산정해 놓고 이를 기준으로 버스업체의 수입금이 적으면 보전해 준다. 남경필·김진표 예비후보는 이러한 형태의 준공영제 도입을 공약으로 채택했다.

반면 김상곤·원혜영 예비후보의 공약은 공영제다. 공영제와 준공영제의 가장 큰 차이는 노선소유권에 있다. 준공영제는 민간의 버스노선 소유권을 인정하되, 노선 조정권을 지자체가 갖는다. 공영제는 공공기관이 노선 소유와 버스 운영을 전담한다. 김상곤 예비후보는 (가칭)경기이동자유공사를 설립해 신설노선과 적자노선부터 단계적으로 공영화한다는 방침이다. 무상버스를 도입해 노인·초중생에서 고교생, 비혼잡 시간대로 적용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원혜영 예비후보는 "버스공영제를 일개 예산논쟁으로 변질시켰다"고 비판했다. 그는 버스 노선에 대한 소유권을 민간에서 공공으로 이전시키는 완전공영제를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가칭)경기대중교통공사를 설립해 지자체가 운영하는 도영버스나 시영버스, 협동조합버스 같은 '공공버스노선'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버스노동계, 공공성 확대 기회로

지방선거에서 버스공약이 뜨거운 감자로 등장하자 버스 노동계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자동차노조연맹은 각 지역버스노조에 "6·4 지방선거에서 각 당 후보들이 버스 준공영제나 공영제 도입을 공약으로 채택하도록 적극적인 활동을 펼쳐야 한다"는 내용의 지침을 전달했다. 연맹은 "경기도의 경우 준공영제가 현실적"이라는 입장이다. 오지섭 연맹 정책실장은 "버스운영체제 결정단위는 도가 아니라 각 시·군"이라며 "시·군마다 버스운영실태가 천차만별이어서 논의가 쉽지 않은 데다 공영제를 운영하는 공사 설립에만 수년이 걸릴 것 같다"고 내다봤다.

공공운수노조는 "준공영제는 공영제로 가는 중간단계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공영제를 전면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는 수익이 저조하고 경영이 어려운 버스업체와 노선권 협상이 가능한데 준공영제가 시행돼 적자를 다 보전해 주면 이마저도 불가능해진다"고 지적했다. 버스노선에 대한 소유권 이전이 민영일 때보다 준공영제가 더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자동차연맹이나 공공운수노조 모두 "버스는 교통정책이 아니라 복지정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효율성이 아니라 공공성 강화 측면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공영제 실시가 가능한 지역은 서둘러 공영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제주도나 전남 신안군처럼 공영제가 훨씬 효율적이고 적합한 지역에서는 버스 운영체제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도에서 시작한 버스 논쟁이 전국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노동계는 버스 운영체제 개선의 가장 큰 걸림돌을 "버스업체와 정치권의 유착"이라고 지목했다. 이영수 연구위원은 "야당에서도 유력한 후보들은 버스 공영제를 외면하고 있다"며 "지역의 버스업체와 정치인 사이에 보이지 않는 고리를 깨지 않는 이상 예산이나 법·제도 문제는 백날 논의해도 소용없다"고 비판했다.
 


버스논쟁의 핵심은 '노선 소유권'
팔고 사고 상속하는 사유재산, 원혜영 의원 '면허기간 제한' 버스공영제법 발의

버스 운영체제의 핵심은 버스노선에 대한 소유권과 조정권을 누가 쥐고 있느냐다.

현재 버스 노선권은 양도·양수가 가능하고 상속도 가능한 사유재산이다. 법원에서 특허권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번 노선 면허를 받으면 무기한으로 면허를 유지할 수 있다.

경기도가 공영제를 시행하려면 1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버스 1만2천대의 노선을 사들여야 한다. 행정명령을 통해 버스 면허를 취소하거나 버스회사로부터 면허를 반납받는 방식도 있지만 둘 다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이달 16일 원혜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버스노선 면허를 한정면허로 전환하는 내용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에 따르면 버스 사업자는 일정 기간(5년)이 지나면 면허를 지자체로 반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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