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노동자협동조합연합회 초대 회장을 맡은 송인창해피브릿지 이사장. |
[싱크탱크 광장] 대안노동자협동조합연합회 송인창 회장
지난달 19일 1년여의 준비 끝에 노동자협동조합(노협)의 연합 조직인 대안노동자협동조합연합회가 창립총회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 노동자가 주인(조합원)이면서 동시에 직원인 노동자협동조합의 법적 명칭은 직원협동조합이다. 노협은 스페인 등 유럽국 몇몇을 제외하곤 협동조합의 주류가 아니다. 우리나라도 전체 협동조합(설립 등록 기준)의 7~8%로 비중이 가장 작다. 연합회 창립총회에 참석한 나카토 유조 일본 노협연합회 회장은 “일본 노협이 정상 궤도에 오르는 데 10년의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노협이 발전한 나라들은 대부분 연합 조직의 사업 컨소시엄이 안착과 성장의 강력한 밑거름이 됐다. 연합회 초대 회장을 맡은 해피브릿지 송인창(46) 이사장에게 노협으로 살아온 1년을 들어봤다. 면국수 프랜차이즈 1위 업체인 해피브릿지는 지난해 초 주식회사 간판을 내리고 노협으로 탈바꿈해 협동조합 동네의 큰 관심을 받아왔다.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지 1년여가 흘렀다. 경영 성과는 어땠나? “지난해 실적은 2012년과 비슷했다. 이달 말 확정치가 나오는데, 매출액은 350억원, 세전이익은 15억원가량이다. 사업구조가 바뀐 것은 아니어서 직접 실적에 미친 영향을 계량하기는 힘들다.” ―지난해 실적에 따른 이익 배분은 어떻게 했나? “얼마 전 조합원 총회에서 기준을 확정했다. 우선 세후 이익의 30%는 내부유보로, 1억원은 사내복지기금으로 각각 적립·출연하기로 했다. 내부유보와 복지기금을 제외한 나머지 이익의 50%는 사업자금(투자금)으로 남겨두고 나머지 50%를 조합원 몫으로 돌렸다. 현재 조합원이 76명인데, 출자금액과 관계없이 1인당 정액으로 받는 노동배당, 출자금 비율에 따른 자본배당을 각각 받았다. 협동조합 첫해인 만큼 소유의 공공성을 강화하자는 조합원들의 의견에 따라 내부유보율을 높게 잡았다.”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뒤 의사결정 구조는 어떻게 바뀌었나? “조합원 총회에서 이사장과 이사들을 선출했다. 조합원들이 직접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한 뒤 1인1표 선거로 뽑았다. 정관상 이사장은 10명 이상, 이사는 5명 이상의 조합원 추천을 받아야 한다. 이렇게 직접민주주의 방식으로 선출한 이사장과 이사회가 사장 등 새 경영진을 구성했다. 올해는 총회에서는 대표이사를 교체하고 재무담당 임원을 외부 영입하기로 결정했다. 과거 창업자(대주주)-이사회-경영진이 사실상 동일체인 주식회사의 의사결정 구조와는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어느 정도 내부 컨센서스가 있었기에 첫 직선이었지만 이사회와 경영진 구성에 어려움은 없었다.” ―조직 문화에는 어떤 변화가 있나? “다소 낯설어한다. 이전에는 월급 받고 일만 하면 그만이었는데, 이젠 회사 살림과 경영에 대해 꼼꼼히 들여다봐야 하기 때문이다. 주인 노릇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걸 다들 절감하고 있다고 할까. 일례로 회계팀 직원들이 요즘 깐깐해졌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이전엔 지출 증빙을 하면 별 탈 없이 넘어갔는데 요즘은 꼼꼼히 따지는 일이 잦아졌다고 한다. 회계팀 직원들 말로는, 회삿돈이 아니라 우리 돈 내 돈을 쓰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지출 규모나 용도를 한번 더 들여다보게 된다고 하더라.”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는 데 별다른 걸림돌은 없었나? “법적으로 미비한 측면이 많았다. 먼저 세금 문제가 걸렸다. 당시 시장가치가 주당 10만원, 액면가(5000원)의 20배가량이었는데, 액면가로 신규 출자를 하면 시장가치와의 차이만큼 증여한 것으로 판단돼 증여세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조합 출자금은 일반 주식처럼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데도 세무당국은 여전히 주식회사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해 생긴 문제다. 우리는 법원 판례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3억원 미만 소액이나 특수관계인이 아닌 경우’ 증여 예외가 가능하다는 판례다. 1년여 실랑이를 벌이다 지난 2월에야 공식 법인등록을 했다. 신규법인 논란도 불거졌다. 연속기업이 아닌 신규법인이 되면, 마치 개인의 주민번호가 바뀌는 것과 비슷한 문제가 생긴다. 지금까지의 각종 계약과 특허, 거래관계의 법인격을 모두 새로 바꾸어야 하는 큰 불편이 생기게 된다. 증여세 문제로 아이쿱생협의 일부 사업조합은 협동조합 전환을 포기하기도 했다. 기존의 주식회사 관점에 머물러 있는 세무당국의 인식과 미비한 세법을 하루빨리 정비했으면 한다.”
해피브릿지 직원들이 지난 2월 열린 조합원 정기총회에서 목걸이 명패를 들어 올려 상정 의안에 찬성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지난해 초 주식회사에서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이 회사는 올해 총회에서 조합원 직선으로 새 이사회를 꾸렸다. 해피브릿지 제공 |
법적 기반 안갖춰져 전환 애먹어
1년여 준비 끝 연합조직도 만들어 노동자가 기업 주인이자 직원인 곳
‘회삿돈’ 아닌 ‘내 돈’ 생각에 깐깐해져
지위만 누리려 하면 경쟁력 더 하락
고학력 청년들 창업에 유용한 수단 ―금융권 신용 등 자금 문제는 없었나?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면 중소기업에서 제외돼 대출 등에서 불이익이 우려됐는데, 최근 법이 개정돼 협동조합도 중기에 포함됐다. 기본적으로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자금 흐름엔 큰 문제가 없다.” ―조합원의 이중적 지위에 따른 혼선이나 갈등은 없나? “기업의 소유주이자 동시에 노동자라는 이중적 지위가 갖는 의미에 대해 조합원들 사이에 충분한 사전 내부 토론을 거쳤다. 조합원의 지위만 누리려 하면 주식회사 때보다 경쟁력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강한 공감대가 있다.” ―출자 조합원들끼리만 이익을 공유하는 구조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협동조합으로서의 사회적 가치는 어떻게 추구하고 있나? “협동조합 2년째인 올해 전략 기조를 ‘협동조합적 혁신’으로 잡았다. 사업과 운영 두 측면 모두에서 협동조합적 방식을 찾는 데 노력하자는 취지다. 비즈니스 차원에선 ‘협동의 원칙’을 중시할 계획이다. 얼마 전 새로 론칭한 햄버거 브랜드 ‘더 파이브’가 그런 모델이다. 우리의 주특기인 외식사업에 청년 창업 인큐베이팅이란 사회적 가치를 연계한 것이다. 대기업의 일회적인 자금지원이 아니라 실제 우리와 함께 죽 사업을 해나가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처럼 고학력 청년이 많은 여건에선 혁신과 창의가 활발한 협동조합이 청년 창업의 매우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협동조합의 사회적 가치는 결국 해당 조합의 결사와 조합원의 의식 수준이 좌우한다고 생각한다.” ―노동자협동조합의 대명사 격인 몬드라곤의 자회사 파고르 가전이 얼마 전 도산했다. 노동자협동조합 모델의 경쟁력에 대한 비판론이 제기되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아름다운 도산’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협동조합이어서 망했다’는 관점에서 보는 건 잘못된 진단이다. 기업의 흥망은 흔한 일이다. 파고르의 도산은 세계적인 가전업계의 불황과 스페인 경제의 부진이 주된 이유다. 파고르보다 훨씬 큰 대형 가전업체들도 줄줄이 문을 닫았다. 오히려 더 주목해야 할 점은, 파고르의 경우 도산 과정에서 단 한명의 조합원도 해고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발빠르게 조합원들을 다른 사업 부문으로 전환배치해 고용 책임을 이행했다. 우리나라의 쌍용차와는 다른 길을 걸었다.” 김회승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honest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