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자주관리기업인 청주 우진교통이 파행을 거듭해온 청주시노인전문병원 수탁에 관여하기로 했다.
우진교통은 22일 오전 충북 청주시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청주시노인전문병원은 공공성을 살리고 구성원인 노동자의 가치를 존중하는 투명한 경영으로 거듭나야 한다. 민간 위탁 운영 공모에 나선 안윤영 정신건강의학과의 투명 경영을 돕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희구 우진교통 실장은 “수탁이 되면 노인병원을 운영하는 주체는 안 원장 쪽이지만 의료복지 서비스를 향상, 민주적이고 노사가 존중되는 운영 시스템 정착 등을 위해 협력할 방침이다. 필요하다면 초기 운영 자금을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1일 마감한 청주시노인전문병원 민간 위탁 운영 공모에는 우진교통이 돕기로 한 안 원장 쪽과 의료법인 청주병원(4개과·270병상)이 응모했다. 청주시는 두 곳을 놓고 26일 수탁 심의위원회를 열어 적격 여부를 가릴 참이다. 안 원장 쪽은 지난 4월 1차 공모 때도 응모했지만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성공적인 노동자 자주관리기업의 길을 가고 있다는 평을 듣는 우진교통이 안 원장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 원장 쪽이 수탁에 성공해 ‘사용자이자 노동자’인 우진교통형 노사 관계가 병원 운영에도 적용될지도 관심사다.
안 원장 쪽과 우진교통은 공공적이고 민주적인 운영안을 제시했다.
안 원장 쪽 손현준(충북대 의대)교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병원의 공공성이 지속되는 운영 체제를 만들겠다. 병원 정상화 뒤 충북대에서 운영하거나, ‘병원계의 유한양행이나 우진교통’처럼 사원지주제도를 구현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재수 우진교통 대표는 “2005년 노동자 자주관리기업으로 탈바꿈한 뒤 10년만에 쓰러져가던 회사의 경영을 정상화하고 노사관계를 안정시킨 경험이 있다. 우진교통의 경영 노하우와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시립병원인 청주시노인병원에서 실현하는 데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밝혔다.
안 원장 쪽은 △노동자 전원 고용승계와 노조 활동 보장 △정년·노동시간 노조 요구 수용 △청주시, 시의회, 노조, 시민단체, 우진교통 등이 참여하는 병원운영위원회 설치 △의료서비스 질향상과 의료 공공성 확대 등을 제시했다.
앞서 지난 19~20일 청주병원은 청주시의 중재로 병원 노조·노동계 대표 등과 수탁전 사전 협의를 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에 대해 안 원장 쪽은 “시가 청주병원과 동등한 교섭 기회를 준다면 위탁 운영자 결정 이전에 노사와 합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22일 오후 성명을 내어, “투명하고 공정한 선정과정을 통해 청주시노인병원이 가진 공공성을 실현할 수 있는 적합한 민간 위탁자를 선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수탁 심의위원회는 26일 열린다.
지난해 3월 사용자인 병원 쪽의 부당노동행위 등을 주장하며 파업·집회 등을 지속한 노조에 맞서 지난 3월 위탁 운영자인 ㅅ병원 ㅎ원장이 운영을 포기하는 등 1년여동안 이어진 청주시노인전문병원 사태가 해결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140여명이던 환자는 지금 80명으로 줄었고, 간호·의료 인력이 빠져나가는 등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청주/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