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뉴시스】이병찬 기자 = 준공영제 도입에 합의한 충북 청주지역 시내버스 업계가 재무제표 등 각 회사의 영업실적 기밀 유지 각서를 썼다가 폐기하는 소동을 빚었다.
청주시에서 연간 300억원의 보조금을 받는 이 지역 6개 시내버스 회사의 실제 당기순이익이 공식 회계장부보다 많다는 의혹이 확산하는 상황이어서 전형적인 '짬짜미'란 비판이 나온다.
3일 청주시에 따르면 이날 청주시청 대회의실에서 준공영제 추진협의회 제2차 회의가 열렸으나 우진교통 측은 보안각서 제출을 거부하면서 퇴장했다.
우진교통은 "보안각서 요구는 반인권적 행위"라면서 "보조금을 포함한 시내버스 업계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회계투명성과 시민건전성을 확보하지 않는 한 우진교통의 준공영제 참여는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우진교통의 측의 반발이 표면화하자 시와 나머지 5개 시내버스 회사는 이날 협의를 거쳐 보안각서를 전격 폐기하기로 했다. 보안각서 폐기와 함께 앞으로 열릴 모든 회의를 공개하기로 했다.
준공영제 추진협의회를 결성하면서 만든 보안각서는 '협의회 내부 논의를 위해 제출한 재무제표 등 각 회사의 영업기밀은 당사자 간의 협의 없이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우진교통은 자난달 29일에도 "청주형 준공영제는 부정과 비리에 단호해야 한다"며 "시는 전근대적이고 올바르지 못한 방법으로 초과이윤을 확보하는 버스 업체에 대해 면허권을 제한하는 등 시민 혈세 낭비를 방지하기 위한 단호함을 보이라"고 요구했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청주 시내버스 업체들의 당기순이익은 공식적으로 총 4500만원에 불과했지만 시가 준공영제 표준운송원가 산정을 위해 벌인 회계 실사에서는 당기순이익이 총 12억원으로 확인되는 등 28배 차이가 났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시 관계자는 "우진교통 측의 요구에 따라 다른 시내버스 업체들과의 협의를 거쳐 보안각서를 폐기하기로 했다"며 "오는 17일 열릴 제3차 회의는 우진교통도 참여한 가운데 정상 개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회의 등 추진협의회 모든 활동은 공개를 원칙으로 하되 회의 내용은 추진협의회가 협의한 것만 공개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시와 이 지역 시내버스 업체들은 지난 3월 '청주형 준공영제' 도입 추진에 합의하고 지난달 공무원, 시의원, 시내버스 업체 대표, 교통 전문가, 시민단체 관계자 등 19명이 참여하는 준공영제 추진협의회를 결성했다.
청주형 시내버스 준공영제란 버스운영체계를 기존 공동 배차제에서 운송사업자별 운행노선 담당제로 전환하고 운송수입금을 공동관리하는 제도다. 노선 배정권한을 시가 행사하는 대신 버스회사의 운송 수입 부족분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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