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청주 모 컨벤션센터 회의장에서 졸업생들은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졸업 논문을 발표하는 자리에 섰다. 논문을 발표하기에 앞서 소감을 발표했다. 긴장된 자세가 역력했다.
“논문을 준비하는 것이 너무 힘이 들었어요. 함께 해준 동료들이 있어 여기까지 올수 있었어요.” 산만한 덩치를 자랑하는 10명의 아저씨들이 쑥스럽게 소감을 말했다. 이번에는 다소 나이가 들어 보이는 사내가 마이크를 잡았다. 객석에 있던 80명 여명의 동료사이에서 ‘박수’, ‘박수’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어느 대학의 석사 논문이나 박사논문 발표자리가 아니다. 이날 논문을 발표하는 주인공은 청주시내 버스회사인 우진교통의 시내버스 기사. 10명의 시내버스 기사는 “변화는 종이물고기도 헤엄치게 한다”는 주제로 ‘자주관리 기업문화 정립과 발전의 필요성’이란 논문을 발표했다.
시내버스 기사가 쓴 논문이라 허술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전문적인 논문 형식을 다 갖추지는 않았지만 표절은 없다. 총 16개의 항목에 대하여 223명으로부터 받은 설문을 토대로 작성했다.
26일에는 또 다른 8명의 버스기사들이 논문을 발표한다. 우진교통 시내버스 기사들이 논문을 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우진교통이 노동자 자주관리기업의 이해와 발전을 모색하기 위해 진행하는 ‘우진교통 노동자 자주관리학교’의 전통인데 7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자주관리학교의 학사일정은 강도가 매우 높다. 6개월 과정으로 진행되는데 월2회 수업과 발표가 있다. 발표 중심으로 진행되는데 1회 진행시간이 뒤풀이를 포함해 12시간에 이른다.
중간 중간에 문화·역사 탐방도 진행되고 졸업여행도 간다. 지금까지 자주관리학교를 졸업한 학생만 140여명에 이른다. 눈물 많은 사연을 뒤로하고 새로운 대안기업 모델을 실험하는 노동자 자주관리기업 우진교통. 우진교통 자주관리학교 학생들이 쓴 학사모가 언젠가 크게 빛을 발할 것이다.
김남균 기자 spartakook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