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안에 망한다더니…노동자자주관리 우진교통 세계가 주목
우진교통 성공사례 연구자들 몰려…올해에만 논문 3편, 미국에서도 연구
해외에서도 극찬, ILO‧ICA(국제협동조합연맹) 국제학술대회서 사례발표 돼
협동조합형 노동자 자주관리기업을 표방하고 있는 청주 우진교통이 이뤄낸 성과에 대해 학계 연구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은 김재수 우진교통 대표 |
"노동자의 희망을 실천한다"는 슬로건 처럼 우진교통은 노동자들의 경영참여를 통해 구성원들의 행복한 삶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행사를 펼치고 있다. 사진은 우진교통 송년행사 모습 |
2004년 우진교통의 전 경영진의 부실한 회사경영으로 임금이 체불됐고 이에 불안을 느낀 노동자들은 6개월간 파업을 진행했다. |
1년 안에 망할 것이라는 주변의 우려를 불식시키며 노동자 자주관리기업으로 성공한 충북청주 우진교통(대표 김재수)의 성공사례에 연구자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지금까지 총 8편의 연구논문이 발표됐고 올해에만 3명의 연구자가 논문을 준비중이다.
해외에서도 우진교통의 사례에 관심이 뜨겁다. 2015년에는 국제협동조합연맹(ICA)과 국제노동기구(ILO)가 주관한 국제학술컨퍼런스에서 우진교통의 사례가 발표됐고 미국덴버대학교에 재직중인 지민선 박사가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우진교통 사례를 모은 책도 출간된다. 고려대학교 강수돌 교수는 우진교통의 사례를 모아 현재 집필작업 중이다. 부도난 회사에서 노동자자주관리기업으로 변신한 청주 우진교통이 자본주의의 대안적 기업모델로 부각되면서 관련 연구는 더 확산될 전망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덴마크 기업 노보노르디스크는 ‘세계인권선언’을 회사의 경영이념으로 삼고 있다.
이 기업은 1999년 ‘세계인권선언’을 일상적 경영에서도 이행할 것을 공표했다. 노보노르디스크는 세계인권선언을 바탕으로 채용·노동조건·보수·승진·해고의 모든 과정에서 기회의 균등과 다양성을 강조한다. 또 계약한 업체에 노동시간과 임금 등을 제대로 지키는지도 매해 설문지를 보내 조사하고 차별적인 행위를 하는 기업은 협력업체에서 배제한다.
노보노르디스크는 노동자의 경영참가에도 적극적이다. 노동자 대표가 의무적으로 이사진에 참여하고 노동자 대표 중 50%는 여성에게 할당된다.
덴마크에 노보노르디스크가 있다면 한국에는 우진교통이 있다. 우진교통은 충북 청주시에 위치한 시내버스 회사로 직원 수는 310명으로 2016년 기준 2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시내버스 차량은 117대로 청주에서 제일 큰 시내버스 회사다.
우진교통의 직원들은 자신들의 회사를 소개할 때 ‘노동자 자주관리기업’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3년 전 부터는 ‘협동조합형’이라는 수식어를 추가해 ‘협동조합형 노동자 자주관리기업 우진교통’이라 부른다.
‘노동자 자주관리기업’이라는 문구에서 알 수 있듯 우진교통은 노동자들이 경영에 참가하고 운영하는 회사다.
매년 임금인상폭을 전체 직원의 투표로 결정하고 회사 대표와 임원도 직원의 1인1표 투표로 선출한다. 한 달에 한 번씩 경영설명회가 열리고 경영과 관련한 중요한 사안은 자주관리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의사결정과정에서 전체 직원은 1인 1표의 권한이 동등하게 부여되고 대표 또한 한 표만 행사한다.
노동에 대한 자기결정의 일환으로 조별모임을 통해 근무와 관련한 각종 사항을 논의하고 규율을 만든다. 매년 20여명이 참가하는 자주관리교실을 운영하고 회사의 운영과 발전방안에 대한 졸업논문을 발표한다.
징계 규정도 전체 직원의 논의를 거쳐 전직원 투표로 결정한다. 징계를 담당하는 징계위원도 직원들의 투표로 선출하고 자주관리위원회 위원도 같은 방식으로 뽑는다. 신규직원을 채용할때도 직원들의 투표로 선출된 인사위원회가 실기시험과 면접을 주관한다.
우진교통 직원들의 체육대회 모습 |
우진교통은 운행하는 버스에 지역 예술인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
지난 해 정년을 앞둔 우진교통 직원 30여명은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회사가 그동안의 노고에 대해 감사의 의미로 만든 행사였다. 올해는 전 직원이 조별로 국내여행을 다녀왔다. 우진교통의 정년은 65세로 다른 버스회사에 비해 5년 정도 길다.
시민의 안전이 달려있는 대중교통 특성을 고려해 원진녹색병원의 역학조사를 통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한계연령을 산출해 정년을 연장했다. 연말이면 직원 뿐만 아니라 가족까지 참여하는 송년행사를 연다.
우진교통은 운행하는 버스에 이철수 화백의 판화부터 지역 예술인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구성원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문화제를 진행한다. 올해에는 연극 ‘착한사람 김삼봉’을 회사 내에서 공연해 구성원과 가족들이 함께 관람했다.
우진교통 건물 현관에 새겨진 “노동자의 희망을 실천한다”는 문구처럼 이 회사는 구성원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행사를 펼치고 있다.
2004년 우진교통 농성장에 공원력이 투입돼 노동자들이 경찰버스 밑으로 들어가 항의하고 있다. |
하지만 이런 우진교통의 모습 뒤에는 아픈 기억이 있다. 2004년 우진교통의 직원들은 시내버스 운전대 대신 머리띠를 묶고 피켓을 들었다. 이전 경영진의 부실한 운영으로 회사는 부도났고 직원들의 임금 60여억원이 체불됐다. 더 큰 문제는 직원들의 퇴직금조차 한푼도 적립돼 있지 않아 30여년간 근무한 직원들의 경우 1~2억원의 퇴직금조차 날릴 상황에 처했다.
우진교통 노동자들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파업으로 맞섰지만 6개월이 지나도록 해법을 찾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청주시의 중재를 통해 회사의 주식 50%와 경영권을 노조가 인수하는 방안에 노사가 합의했다.
그렇게 해서 2005년 우진교통은 당시 김재수 민주노총 충북본부 사무처장을 대표로 영입해 자주관리기업으로 새출발 했다. 노동자자주관리기업으로 출발했지만 문제점은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회사는 부도상태였고 당장 차량에 들어갈 기름을 구입할 돈도 없었다. 부채는 150억여원에 달했고 자본은 완전 잠식상태였다. 악성부채 보다 더 큰 문제는 노동자들 내부가 니편 내편으로 갈라져 삼삼오오 분열된 것이었다. 주변에서는 “1년도 안 돼 내부 분열로 망할 것”이라며 수군거렸다.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뾰족한 방법은 없었다. 이런 면에서 노동자 자주관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내부의 분열과 동요를 잠재우고 부족한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의 자발적인 참여 없이는 불가능했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노동자들의 참여는 노동자 자주관리정관과 각종규정으로 하나 둘 제도화 되고 시스템으로 정착돼 오늘에 이르렀다.
현재 우진교통이 이뤄낸 성과는 한 두 가지로 집약할수 없을 정도로 놀랍다. 260여명이었던 직원은 310명으로 늘었고 매출도 250억원을 기록했다. 부채도 50여억원 정도 줄였고 자산은 몇배 이상 증가했다. 사내에 공제회를 만들어 구성원들간 상호 부조하는 장치를 만들고 운전자 상해보험을 자체적으로 운영해 비영리 공동체금융의 맹아를 만들었다.
특히 우진교통이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완성한 자주관리정관과 노동자들의 경영참여 시스템에 대한 성과는 질적인 면에서 매우 높은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우진교통이 이뤄낸 다양한 성과들이 알려지면서 최근에는 학계와 연구자들로부터 집중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2015년 국제노동기구와 국제협동조합연맹이 터키에서 진행된 국제학술 컨퍼런스 장면(사진 협동조합경영연구소) |
2017년 현재 우진교통에 대해 진행중인 연구 논문만 3편으로 확인됐다. 이해진 충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노동자협동조합과 지역 사회적경제 생태계의 공생 - 우진교통의 도전과 전략 중심’이란 주제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협동조합연구소 송성호 연구원은 ‘노동자자주관리기업의협동조합적정체성특징, ’노동조합의 민주주의 실천 역할’이란 주제로, 고려대학교 대학원에 재학중인 조규준씨는 ‘경영참가가 지식공유의도와 이직의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연구를 진행중이다.
서원대학교 조규호 교수는 ‘사회적경제조직 이후의 리더십변화에 관한 연구-우진교통 중심’ 등 2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사회투자지원재단 장원봉 박사는 ‘우진교통의 협동조합전환에 관한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지난해에는 미국 덴버대학교 지민선 박사가 ‘한국의 노동운동, 노동조합 역할과 노동자자주관리기업의 관계에 대해서 우진교통 사례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우진교통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2015년 국제협동조합연맹(ICA)과 국제노동기구(ILO)가 터키에서 개최한 국제학술컨퍼런스에서도 우진교통의 사례가 발표돼 찬사를 받았다.
이 행사에서 소개된 한국의 '해피브릿지'와 '우진교통'의 사례에 대해 호주 뉴캐슬 대학 Anthony Jensen 교수와 캐나다 위니퍼그 대학의 Claudia Sanchez Bajo 교수는 “한국의 노동자협동조합과 자주관리기업의 전환사례는 해외에서도 보기 힘든 독특한 사례이며, 조직 학습 이론과 지속적인 변화의 관점에서 분석한 내용은 매우 인상적”이라는 코멘트를 남겼다.
아시아 협동조합들에 대한 비교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Jensen교수는 “한국의 농협과 생협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노동자협동조합 분야도 매우 흥미롭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행사에는 총 26개국의 112명이 참가했다.
이 외에도 2011년 한‧일 사회적경제심포지엄, 2012년 한‧독경상학회가 주최한 ‘한국 기업의 경제민주화사례 : 과거, 현재, 미래’란 주제로 우진교통의 사례가 소개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연구자와 해외에서 우진교통 사례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노동자협동조합과 지역 사회적경제 생태계의 공생-우진교통의 도전과 전략 중심’이란 주제로 연구중인 이해진(충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진교통이 새로운 대안적 기업모델일수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현대 한국사회와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협동조합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노동자들이 소유하고 경영하는 기업인 우진교통에서 대안적 사례를 봤기 때문”이라고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협동조합에 대해 이론적으로 효율성과 생산성이 낮다는 것이 한계로 지적된다. 지배구조의 갈등 때문에 지속되지 못하고 다시 자본주의적인 영리기업으로 퇴행한다는 이론이 있는데 우진교통은 그것을 반박하는 사례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진교통이 만들어낸 대안적인 사례가 지역사회의 민주주의와 고용 노동의 문제에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 또 어떻게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지역의 협동조합의 생태계에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방안도 연구 대상이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우진교통은 지역적인 범위를 떠나서 전국적인 사례고 자본주의에 대한 지구적 대안이 될 수 있는 흐름에 있다. 그것이 충북 청주에 있다는 것이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우진교통은 개별기업의 성과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지역과 성과를 공유하고 어떻게 확산할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며 “우진교통이 이뤄낸 성과에 비해 시민운동과 노동운동, 지역의 오피니언 그룹에서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 있지 않다. 이런 것에 문제의식이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학교 강수돌(왼쪽)교수와 우진교통 직원들이 강 교수의 자택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경영참가가 지식공유 의도와 이직 의도에 미치는 영향’이란 주제로 연구를 진행중인 고려대학교 경영학부 대학원생 조규준 씨는 “사회의 제도는 민주적이지만 기업은 아니다. 직급에 따라 영향의 크기가 다르고 수직적이다. 반면에 우진교통은 다른 회사와 달리 직원들이 경영에 참가한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우진교통은 수평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직원들이 의견을 내고 회의에 참여하고 교육을 시킨다. 의사결정 속도는 느리지만 전반적인 불만도 적고 이직률도 낮다. 회사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 이런 면에서 동종업계와 비교해서 차이가 있지 않을까 싶어 연구하게 됐다”고 연구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경기도의 타 시내버스 회사와 비교해 봤을 때 우진교통의 구성원은 조직이 공정하다고 느끼고 있으며 구성원간 지식 공유의도가 높았다. 또 이직의도도 다른 회사에 비해 낮다. 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질이 타 기업보다 높았다. 이런 수치들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나왔다”며 “경제민주화외에도 경영의 민주화란 측면에서 우진교통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학교 경영학부 강수돌 교수는 “현재 우진교통에 대한 백서를 준비 중에 있다”며 “조직경영의 측면에서 우진교통이 이뤄낸 여러 성과가 있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우진교통은 짧은 기간동안에 악성부채를 해소하고 구성원들의 복지 향상을 이뤄냈다”며 “조직경영의 관점에서도 경영에 참여하는 우진교통의 구성원들이 정보공유와 지식공유의 의도가 높고 이직의도가 낮았다”며 “우진교통의 모델이 많이 확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남균 기자 spartakook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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