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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청주 시내버스 우진교통의 불온(?)한 실험
노동자에 의한 계획과 관리, 그리고 분배
[리포트]노동자 자주관리기업 우진교통
[159호] 2017년 09월 06일 (수) 성상영 기자syseong@laborplus.co.kr

노동자들이 기업을 소유하고 1인 1표의 원칙에 따라 생산계획의 수립과 분배를 하자고 주장한다면 너무 앞서나간 일일까. 이미 협동조합을 통해 구성원들이 공동으로 출자하고 생산물을 함께 나눠 갖는 생산방식은 꽤 일반화 돼 있다. 그런데 협동조합이 아닌 주식회사에서 이와 같은 형태로 생산과 분배를 하는 사례가 있어 화제다. 충북 청주의 시내버스업체 우진교통(주)는 ‘노동자 자주관리기업’을 표방하며 국내외 학계는 물론 지역사회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 우진교통 본사 현관. ⓒ 성상영 기자 syseong@laborplus.co.kr

노동자가 경영을? “3개월은 버티나”

노동자 자주관리기업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노동자들이 자주적으로 기업을 관리하자는 주장은 일찍이 하나의 운동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에서도 해방 직후 노동자들이 생계를 위해 일본인들이 떠나고 남은 기업을 직접 경영한 전례가 있다.

시내버스운송업만 놓고 보면 현재 네 곳의 노동자 자주관리기업이 운영되고 있다. 우진교통을 비롯해 대구의 달구벌버스, 경남 진주의 시민버스와 삼성교통이 있다. 이들 회사 중에서도 우진교통은 업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이들 노동자 자주관리기업의 출범 계기는 하나 같이 회사의 부도와 연관돼 있다.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운송비용을 보전 받는 시내버스운송업의 특성상 회사가 망하기는 어렵다. 시내버스업체가 경영난을 겪고 노동자들의 임금이 체불되고 있다는 이야기는 경영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업계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다. 노조가 밀린 임금을 달라며 파업을 벌이는 회사의 속사정을 파헤쳐보면, 대부분 오너 일가의 무책임이 모습을 드러낸다. 노동자 자주관리기업 우진교통은 이러한 배경에서 시작되었다.

우진교통은 2001년 청주시내 두 개의 시내버스회사가 합병해 만들어졌다. 창립 3년 반 동안 노동자들에게 임금이 제때 지급된 적이 거의 없었다. 연간 20억 가까운 적자를 내던 회사는 끝내 자본금을 모두 까먹게 되었고, 노동자들은 밀린 임금을 달라며 파업에 들어갔다. 171일 동안이나 파업과 노숙 농성을 이어간 끝에 2005년 1월 청주시의 중재에 따라 노사가 합의에 이르렀다. 합의내용을 요약하면 사측은 주식 50%를 노동조합이 지명한 사람에게 무상 양도하고 경영권을 포기한다는 것이었다. 이사회는 노동조합이 선임한 사람들로 새롭게 꾸려졌다. 우진교통이 노동자 자주관리기업으로 탈바꿈한 순간이었다.

노동자들에 의한 기업 경영이 가능할 것인지 곳곳에서 의문을 제기했다. 의문의 절반은 물음을 던진다는 것, 나머지 절반은 비웃음이었다. 그 속에는 ‘시내버스나 몰던 운전기사들’에 대한 냉소가 깔려있었다. 진심을 담아 걱정했던 사람들조차 “3개월은 버틸 것”이라는 말을 했을 정도였다.

놀랍게도 우진교통은 노동자 자주관리기업으로의 전환 1년 만에 3천만 원 흑자라는 성과를 일궈냈다. 비록 적은 순이익이었지만 그 전까지 연간 20억의 적자를 내던 회사였다는 점을 상기하면 엄청난 결과였다. 김재수 대표이사는 “내가 무슨 경영비법을 알았겠느냐”며 “투명하고 부정비리가 없다 보니까 흑자가 난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경영은 오너 또는 전문경영인이 맡아야 한다는 통설에 반기를 든 셈이었다. 김재수 대표이사 역시 2005년 취임 직전까지 민주노총에서 10년 동안 노동운동을 했었다.

  
▲ 김재수 대표이사. ⓒ 성상영 기자 syseong@laborplus.co.kr

함께 고민하고, 함께 결정한다

주지의 사실처럼 우진교통은 노동자 자주관리기업 전환 만1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업을 지속해 오고 있다. 경영성과의 핵심 지표인 순이익은 지난해 기준 1억 2천여 만 원이었다. 연료비 상승이나 승객 감소와 같은 환경변화에 따라 적자를 낸 적도 있지만 대체로 손익분기점에서 변동이 크지 않다고 김 대표이사는 설명한다. 최근에는 현재의 용암동 차고지 근처에 제2차고지를 장만하는 등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경영의 투명성과 공동 의사결정이 두 개의 수레바퀴처럼 우진교통의 성공을 이끌었다.

우진교통에서 대표이사의 위치는 구성원총회, 자주관리위원회 그 다음이다. 최고의결기구인 총회에서는 3년 임기의 대표를 선출하거나 자산의 처리·매각, 노동자들의 임금 등 경영 전반에 관한 사항을 결정한다. 자주관리위원회는 보다 일상적인 의결기구로서 현장 노동자들 중에서 선출한 위원과 대표이사, 노동조합 위원장, 부서장 등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자주관리위원회를 거쳐 한 달에 한 번 전체 구성원이 참여하는 경영설명회가 열린다.

이와 별도로 인사위원회와 자주관리공동결정위원회, 선거관리위원회, 채용평가위원회, 공동복지위원회, 우진공제회 같은 각종 위원회가 경영자치 부문을 맡고 있다. 교통안전관리위원회와 현장자치모임이 노동자치 부문을 맡는데, 총 11개조로 이루어진 현장자치모임에는 전 구성원들이 각 조에 소속되어 조별 토론과 자치활동을 진행한다. 경영자치와 노동자치를 통해 회사의 모든 상황을 전체 구성원이 공유함으로써 투명성을 높이고, 노동자들에게 경영에 참여한다는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소속감을 강화하는 원리다.

  
▲ 우진교통 소속 버스노동자들은 반 년 동안의 교육을 거쳐 정식으로 노동자 자주관리기업의 구성원이 된다. ⓒ 성상영 기자 syseong@laborplus.co.kr

탄탄한 교육과정이 자주관리의 밑거름

우진교통이 내세우는 구호는 “노동자의 희망을 실천한다”이다. 노동자들이 스스로 기업을 경영하면서 일에 대해 만족감을 느끼고, 이를 다시 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는 의미다. 여러 의사결정기구가 존재하는 이유도 결국 여기에 있다. 그런데 구성원총회와 자주관리위원회, 수많은 위원회가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려 돌아가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의 자주관리에 대한 이해와 자발적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해와 참여는 우진교통만의 ‘하드 트레이닝’에서 비롯된다.

우진교통 신입사원이 진정한 구성원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누구를 막론하고 강도 높은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신입사원 대상 교육은 ‘자주관리교실’을 통해 이루어진다. 자주관리교실은 올해로 8기를 맞았다. 이곳에서는 상·하반기 공채를 통해 선발된 신입사원들이 각각 10명씩 2개의 조를 이뤄 6개월 동안 교육이 이루어진다. 총 16개 강좌(공식 12강, 비공식 4강)를 이수하는 동안 발표, 강의와 질의응답, 개별토론, 시사토론 등을 진행한다. 자주관리교실은 자주관리기업의 전망 찾기와 노동조합의 활성화를 추구한다.

16개 강좌에서 다루는 주제는 한결같이 묵직하다. ‘자본주의 사회란 무엇인가’, ‘노동자의 철학이란 무엇인가’, ‘한국사회에서 자주관리기업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와 더불어 한국노동운동사와 충북지역노동운동사, 우진교통의 역사 등이 수업 내용이다. 김재수 대표이사는 교육과정을 모두 이수한 신입사원들은 노동자 자주관리기업의 구성원으로서 참여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입학’부터 ‘졸업’까지가 매우 어렵다. 20명의 신입사원(교육생)들은 오전 근무를 마치고 오후부터 4시간 동안 수업을 받아야 한다. 1~2주에 한 번 꼴로 수업이 진행되는 셈인데, 매 수업마다 과제가 나간다. 근무를 하면서 동시에 공부까지 해야 하니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공식강좌 12강 중 세 번 수업을 빠지면 수료증이 나오지 않는다. 조별로 주어지는 졸업논문을 제출하지 않아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교육생들 사이에서는 “내가 이러려고 버스회사에 들어왔나”라는 농담이 오가기도 한다.

자주관리기업 끌어안지 못하는 법체계가 고민

신입사원에 대한 교육과 이를 토대로 한 의사결정구조는 우진교통이 지난 12년 동안 만들어 온 경영방식이다. 우진교통 사례는 학계와 언론은 물론 지역사회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고등학교나 대학의 동아리에서도 견학 요청이 줄을 잇고 있다. 일반기업을 노동자 자주관리기업으로 전환하거나 협동조합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도 참고할 만한 사례로 언급된다. 김재수 대표이사는 이러한 세간의 관심에 대해 “노동 존중을 민주적 질서로 표현하고자 할 뿐”이라며 “과대평가되는 것 같아 부담스러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노동자 자주관리기업 성공사례의 표본처럼 불리고 있는 것과 달리, 우진교통에도 고민거리는 있다. 수익 측면에서는 청주시 인구 감소에 따라 승객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과 그로 인해 매출에도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김 대표이사는 시에서 운송수입금 전액을 관리하고 그 대신 버스업체에 일정한 이윤을 보장해 주는 버스준공영제가 시행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물론 외부 경영여건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도 우진교통 노동자들이 스스로 풀어야 할 숙제다.

이와 함께 노동자 자주관리기업이라는 형태를 현재 우리나라 법체계에서 담아내지 못한다는 점도 해결방안이 요구되는 사안이다. 우진교통은 상법상 주식회사이기 때문에 주주총회를 열어야 하는데, 구성원총회를 통해 이를 갈음하고 있다. 또 30인 이상 사업장에 설치가 의무화돼 있는 노사협의회는 자주관리위원회가 대신한다. 우진교통은 공제회를 통해 별도의 기금을 조성하여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김재수 대표이사는 노동자 자주관리기업의 가능성과 관련해 이렇게 말한다. “일반적인 경영자는 경영을 신비한 것으로 만든다. 노동조합도 마찬가지로 교섭을 신비한 것으로 만들면서 조합원들에게 밀고 당기는 과정을 잘 알려주지 않는다. 전문성과 업무상 권한은 필요하지만 특정인만이 가진 배타적 장점으로 볼 수는 없다.” 노동자의 희망을 실천하기 위한 우진교통의 실험은 불온하지도, 터무니없지도 않았다. 

우진교통 개요(2016.12)
•차 고 지 : 충북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
•설립년도 : 2001년 1월 1일
•대 표 자 : 김재수
•임직원 수 : 317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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