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할 ‘자유’를 위하여
1. 지난주는 칼럼을 쓰지 않아도 됐다. 노동절인 화요일에 매일노동뉴스가 쉰 덕이다. 그래서 월요일 오후가 덜 바빴다. 상담과 준비서면 작성 등 일 없이 보낸 것은 아닌데도 나는 보다 자유로웠다고 기억하고 있다. 화요일이었던 노동절이 긴장 없이 다가왔다. 민주노총 위원장 김명환은 ‘노동헌법 쟁취 및 노동법 개정! 재벌개혁! 비정규직 철폐! 열자, 200만 시대! 128주년 2018 세계노동절 대회’에서 “촛불항쟁을 계승해 한국 사회 노동을 새로 쓰자. 한국 사회 노동을 새로 쓰는 가장 확실한 무기는 노동조합이다”며 “더 많은 노동자를 조직해 200만 민주노총 시대를 앞당기자”고 대회사를 했다. 이날 대회에서는 노조할 권리와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라는 구호가 계속해서 외쳐졌다. 한국노총도 마찬가지였다. 마라톤대회 등 노동절 기념집회에서 미조직 노동의 조직화 등 조직 확대 의지를 결의했다. 이렇게 서울광장 등 전국의 광장에서 열린 2018년 노동절은 권력에 대한 분노와 투쟁 없이 지나갔다. ‘갑질’ 재벌 자본에 대한 분노가 쏟아졌지만 권력, 문재인 정권에 대한 분노 내지 투쟁의 결의 없이 노조할 권리, 노동기본권 보장을 외치면서 200만 조합원 시대로 나아가자고 결의하면서 5월1일이 지나갔다. 그런데 바로 이날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 있었다. 나는 다음날인 5월2일 사무실에 출근해서야 그걸 송달받아 읽을 수 있었다. 바로 노조할 권리, 노동기본권 행사에 관한 것이었다. 아 노조할 권리라고 말하면 안 되겠구나.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가입해 활동하는 것이 권리라고 하면 뭔가 계약으로 의무와 권리를 주고받는 것으로 여길 것 아닌가. 권리가 아니라 노동자의 자유라고 해야겠다. 노동자의 노조할 ‘자유’ 말이다. 함부로 빼앗을 수 없는 기본권으로서 노동자의 자유라고 말해야겠다.
▲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
2. 건설기업노조 삼안지부의 조합활동에 관한 것이었다. 건설·토목 등의 설계·감리를 주된 사업으로 하는 ‘삼안’에서 단체협약은 일정 직급, 즉 이사대우 이상의 직위 노동자는 조합원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사대우로 승진한 자가 조합비를 내면서 계속해서 조합원으로 활동하다 임원선거에 출마해 당선돼 지부를 대표하는 지부장이 됐다. 이에 사용자는 조합원 자격이 없다며 노조 대표로서 지위를 인정할 수 없고 그를 대표로 하는 지부와의 단체교섭은 물론 각종 조합활동을 보장하지 않았다. 사측은 지부장으로서 상집간부 선임도, 그가 소집하는 각종 조합 회의와 대내외 활동을 문제 삼았다. 당연히 사업장에서 노동조합활동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없게 되고 말았다. 그래서 그를 대표로 하는 단체교섭과 조합활동을 보장하라는 가처분신청서를 관할법원인 수원지법(안양지원)에 제출해 재판을 해 왔던 것인데, 재판부가 5월1일 그 결정을 했던 것이다. 구○○을 대표로 하는 지부와의 단체교섭에 응하고, 구○○을 대표로 하는 지부의 조합활동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가처분 결정을 읽으면서 나는 당연한 법원의 선고인데도 크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신청인들의 대리인 변호사로서 혹시나 하는 걱정을 털어 낸 안도의 한숨이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을 불문하고 우리 노조가 체결한 사업장 단체협약 대부분이 조합원 범위에 관해 정하고 있다. 이 나라에서는 사업장 단체협약에서 일정 직급 내지 직군 기준으로 조합원 범위를 정해 왔다. 이른바 어용노조 내지 노사협조적 노조가 체결한 단체협약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현대자동차 등 사용자에 자주적인 노조조차도 그런 단체협약을 갱신해 오고 있다. 그러니 ‘삼안’ 사례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것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이번 노조활동에 관한 가처분 결정은 삼안이 아닌 이 나라 노조 일반의 조합활동에 관한 것이라고 읽어야만 한다.
3. 문재인 대통령은 노동절을 맞이하면서 지난 1일 “지방선거 동시 개헌 국민투표가 무산된 것이 무척 아쉽다. 그러나 개헌 취지를 구체적인 정책과 제도로 최대한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노동존중 사회를 제도화하기 위해 노동기본권 강화를 포함한 개헌안을 발의했다”며 “근로를 노동으로 대체하고 공무원의 노동 3권 보장,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단체행동권 강화 등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고 밝히면서 위와 같이 말했던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표 헌법 개정안 내용이 이러한 문재인의 헌법 개정안 해설과 부합하는 것인지 나는 의문이다.<본지 4월24일자 18면 '자유의 길-헌법 개정을 논함' 참조> ‘근로’를 ‘노동’으로 용어를 변경하는 것이 무슨 새로운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의 보장이 아닌 것이고, 그 헌법 개정안은 공무원에게 제한 없는 노동 3권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고,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지급의무를 규정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국가로 하여금 노력하도록 한 것이며, ‘근로조건의 향상’을 ‘노동조건의 개선과 그 권익 보호’를 위해서 보장한다고 개정한다고 해서 단체행동권이 얼마나 강화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인지 나는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 개정안을 의심하고 있다. 노동기본권 강화를 위한 사항에 관해서 개정 ‘대상’으로 삼고 있는 건 분명한데, 그 개정 ‘내용’은 노동기본권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분명히 말하기 어려운 헌법 개정안이라고 나는 읽는다. 굳이 그런 내용이라면 헌법을 개정할 것도 없다고 읽는다. 그러니 헌법을 개정하지 않고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의 취지를 구체적인 정책과 제도로 최대한 뒷받침”하는 것으로 얼마든지 노동존중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이니 이번 지방선거일에 헌법 개정 국민투표가 무산된 것을 무척 아쉬워할 일도 아닌 것이다. 이번 삼안의 조합활동 가처분 사건에서 보듯이 헌법상 노동기본권이 온전히 보장된 사업장 노동자조차도 이 나라에서는 노조할 자유를 보장받고 있지 못하다. 이 나라에서 강한 조직력과 투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되는 현대자동차의 노조조차 전체 6만8천여명 중 약 5만명 정도만 조합원으로서 조합활동을 하고 있다. 이보다 못한 사업장 노조들은 말할 것도 없다. 사업장 전체 직원 중에서 직위 내지 직군을 기준으로 일부를 조직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그들을 배제해 왔다. 사용자 자본은 이런 노조와의 단체협약을 통해서 일부 노동자의 노조할 자유를 사실상 빼앗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고용노동부는 노동행정으로 철저히 뒷받침해 왔다. 이번 삼안의 가처분 재판에서 사용자는 기존 노동부 행정해석 등을 내세웠다. 단체협약을 통해 조합원 범위에서 제외하고 있는 노동자의 노조활동은 보장되지 않는다는 노동행정이 아무렇지 않게 우리 노동현장에서 행해져 왔다. 이러한 노동행정으로 조합원 범위를 제한한 단체협약은 적법한 것인 양 노동자의 노조할 자유를 빼앗았던 것이다. 만약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대로 구체적인 정책과 제도로 노동자에게 노동기본권을 적극 보장하고자 한다면, 문재인 정부의 노동부는 이런 행정해석을 폐기하고 노동자의 노조할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나서면 된다. 어려울 것 하나 없다. 노조할 자유를 제한하고 박탈하는 단체협약 규정은 헌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반한다고 행정해석을 해서 노동행정을 하기만 하면 된다. 그래도 사업장 노사가 듣지 않고 그 단체협약을 존속시킨다면 노동자의 노조할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과 노조법에 위반된다며 시정명령 등을 통해 시정조치에 적극 나서면 된다. 그동안 우리 법원은 이런 단체협약에도 불구하고 그 제외 노동자는 노조 규약상 조합원 범위에 속하면 조합원이 될 수 있다면서도 그 단체협약 효력을 부정하지 않는 판결을 해 왔다. 이번 삼안 가처분 결정도 마찬가지다. 조합원은 될 수 있되 그 단체협약은 적용되지 않는다는 식이었다. 하지만 헌법은 노동자에게 자주적인 단결권 등 노동 3권을 보장하고(33조) 노조법은 노동자의 자유로운 노조설립 및 가입(5조), 이러한 노조 조직 및 운영에 개입하는 사용자의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금지하는바(81조), 이처럼 강행법령에 반하는 단체협약은 위법·무효라고 법원은 분명히 선언해야 했다.
4. 이상과 같이 단체협약이 침해하고 있는 노조할 자유에 관해 사용자 자본과 권력을 탓하는 것으로 마치자니 이 글 마무리가 무척 아쉽다. 그 단체협약은 분명히 노조가 단체교섭을 통해서 사용자와 합의해서 체결한 것이기 때문이다. 노조가 그걸 합의하지 않았더라면 그 단체협약을 통해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노조할 자유를 빼앗기는 일은 없었다. 그러니 아무리 사용자 자본과 권력을 탓해도 노조는 책임을 면할 수가 없다. 노조 스스로 규약에서는 조합원 범위에 속하는 노동자로 정하고 있음에도 단체협약을 통해서는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조합원 범위에서 제외한 것이니 노조는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 말고는 할 말이 없다. 그런데 그 변명의 말이 200만 조합원 시대를 열겠다고 다투어 양대 노총이 밝히고 있는 오늘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으니 안타깝다. 이제 노동자의 노조할 자유를 빼앗는 노조가 아니라고 스스로 선언해야 한다. 그리고 그 선언은 단체협약상 조합원 범위에서 제외된 노동자를 노조에 가입시키는 행동으로 나타나야 한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김기덕 laborto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