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기사는 나의 천직, 신나게 달려요”
남편 따라 핸들 잡은 우진교통 오영숙 씨
2011년 07월 06일 (수) 15:00:32 [충북인뉴스] | 오옥균 기자 oog99@cbinews.co.kr |
남성적인 직업이다 보니 첫 느낌이 강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보기 좋게 빗나갔다. 50세라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아직도 여린 소녀의 느낌이 묻어났다. 인터뷰 내내 쑥스러운 듯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던 오 씨지만 직업관에 대해서는 크진 않아도 확실한 어조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했다. “여자라고 다를 것은 없어요. 오히려 장점이 크지요. 버스기사는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었어요. 어렵게 이룬 꿈이니 할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해야죠.”
5년 경력의 오영숙 씨는 우진교통에 근무하고 있다. 오 씨는 우진교통에서 모범승무원으로 불린다. 우진교통 관계자는 “워낙 친절하다. 안전운행은 기본이고 승객들에게도 칭찬받는 승무원”이라고 평가했다.
벌써 5년째 버스운전을 해오고 있지만 내성적인 성격 탓에 오 씨는 아직도 마이크를 잡는 것이 두렵다.
오 씨는 “내 목소리가 크게 들리면 부끄러워서 웬만하면 마이크를 잡지 않는다”고 말했다. 작은 목소리지만 인사는 꼭 한다. 승객이 물어보면 예의 조근조근한 말투로 친절히 대답한다.
특히 할머니들에게 인기가 많다. 노선을 돌고 종점에 도착하면 떡이며 사탕이며 할머니들이 손에 쥐어준 선물이 끊이지 않는다.
오 씨는 “남편은 반대가 심했어요. 남자들도 쉽지 않은 일이니까. 오랜 설득 끝에 1995년 1종대형 면허를 취득했고, 2006년 입사해 사내부부가 됐어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부부가 같은 직장을 다니다보니 불편한 점도 있다. 하지만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다는 것이 오 씨의 설명이다. “일반적인 회사원처럼 출근시간이 일정하지는 않아요. 남편과도 출근시간이 다르지만 매일 함께 출근해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고, 같은 일을 하다 보니 서로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죠.”
좋아서 시작한 일이기도 하지만 어느 가정이나 매한가지이듯 가정에 보탬이 되기 위해 시작했다. 연년생인 첫째 딸과 둘째 아들이 모두 대학에 진학했고, 다니던 직장의 월급으로는 학비를 댈 수 없었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버스기사가 된 덕에 자녀들을 모두 졸업시킬 수 있게 됐다. 오 씨는 “요즘 등록금이 좀 비싸요? 대출도 받기는 했지만 일을 한 덕분에 그래도 넘어갈 수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오 씨는 버스기사가 천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에게도 남모르는 고충이 있다. 오 씨는 “남성분들보다 운행 속도가 느려요. 남성분들은 종점으로 돌아오면 다음 출발시간까지 20분가량 여유가 있는데 저는 쉴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죠. 길이 막힐 때는 쉬지 못하고 바로 출발하기도 해요”라고 말했다.
신입사원 시절에는 자신의 차량을 배정받지 못해 이차 저차를 옮겨 다니며 운전했다. 남성들보다 체구가 작아 운전석 의자를 당겨야 하지만 어떤 차량은 운전석이 움직이지 않아 엉덩이 뒤에 보조물을 끼우고 달리기도 했다.
그렇게 고생한 끝에 지금은 저상버스를 배정받아 운전이 더욱 신이 난다고 오 씨는 즐거워했다. “승객들이 웃으면서 내리실 때 보람을 느껴요. 기왕 하는 일 오늘도 즐겁게 해야죠.” 오 씨는 오늘도 신나게 도로를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