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25명의 사상자를 낸 '오송참사'가 발생한 지 넉 달째에 접어들었지만 검찰 수사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다.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은 사고 진상은커녕 책임 소재에 대한 어떤 설명도 듣지 못하고 있어 답답함만 커지고 있다.
무려 14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발생한 건 지난 7월 15일 아침.
검찰은 청주지방검찰청에 수사본부까지 꾸려 참사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지만, 넉 달째 별다른 소식이 없다.
충북도청과 청주시청,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등 관련 기관에서 압수한 200대가 넘는 휴대전화의 디지털포렌식 작업만 막바지일 뿐, 공무원들이나 사고 당시 현장에 있었던 생존자들에 대한 조사는 아직도 한창이다.
워낙 방대한 자료인 데다, 재해로 인한 책임 소재를 따지는 것도 녹록지 않다 보니 검찰 수사는 기약 없을 정도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고발된 충북지사와 청주시장, 전 행복청장 등에 대해서는 소환 조사는커녕 법 적용 여부마저 여전히 미정이다.
한순간에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이 지지부진한 검찰 수사에 강한 불만을 토로하는 이유다.
오송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생존자협의회 등은 6일 청주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수사 상황을 정기적으로 공개하고, 책임 소재도 조속히 밝히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에도 국회 국정감사와 지방의회 행정사무감사가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며 "유가족의 진상 규명을 위한 참여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았고, 행정기관의 증인들은 변명과 책임 미루기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오송참사 발생 원인과 책임에 대한 수사 결과를 정기적으로 공개하라"며 "충북지사와 청주시장, 행복청장은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기소하라"고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수사 지연이라는 억측까지 나오지만, 검찰은 반대로 선거 전에 부담을 덜기 위해 수사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늦어도 내년 2월까지 혐의 적용이나 기소 대상 등을 추려 수사를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검찰은 참사의 원인으로 '미호강 임시제방'을 잇따라 지목한 국무조정실의 감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식 결과 등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앞서 지난 7월 15일 폭우로 미호강 제방이 무너지면서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 하천물이 밀려 들어와 시내버스 등 차량 17대가 침수됐다. 이 사고로 14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