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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② 지속되는 ‘위기’와 ‘혼돈’…대안의 중심은 ‘지속가능성’-[한겨레]

 

전환 방향 아시아 전문가들이 꼽은 열쇳말

 

2011 아시아미래포럼 참가 전문가 설문조사

국내외 학자, 기업인, 언론인, 비정부단체(NGO) 활동가들은 앞으로 5년 동안 세계가 어떤 방향으로 변해 갈 것으로 내다볼까? 또 우리가 직면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할까? ‘2011 아시아미래포럼’에 모두 51명의 국내외 전문가들이 발표자 또는 토론자로 참여했다. 한겨레경제연구소는 이들에게 “향후 5년간 세계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세계가 직면한 위기 해결을 위해 가장 우선해야 할 노력은 무엇인지”를 각각 3개의 열쇳말로 답하고, 그 이유를 설명해 줄 것을 요청했다. 국내 연사 28명 가운데 20명, 국외 연사 23명 중 20명이 답변을 내놨다. 모든 문답은 ‘주관식’으로 이뤄졌다.

 

‘위기와 혼돈.’ 국내외 전문가들은 대체로 세계가 지금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맞닥뜨릴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연사들은 ‘혼돈과 불확실성’ ‘위기의 확산성’ ‘혼란’ ‘안정 중시’ ‘불투명성’ 등을 향후 5년간 세계 변화의 열쇳말로 제시했다. 앤드루 드윗(불안정성과 위기), 알렉산드라 트레이시(변동성과 불확실성), 존스턴 버챌(은행 위기와 불안정 시스템) 등 해외 연사들도 위기와 불확실한 미래를 전망했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는 “세계적 불황과 저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보았고, 배기형 한국방송 프로듀서 역시 “세계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이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앤드루 드윗 릿쿄대 교수는 “에너지 등 주요 상품가격의 변동성이 심화되고, 지구적 차원의 금융위기가 더욱 심각한 단계로 들어서고 있다. 환경위기에 대한 국제적 공조는 아직 효과적이지 않다”고 했다.

 

양극화·에너지도 주요 이슈

 

응답자들은 이러한 위기와 혼돈의 성격이 중층적, 복합적이라고 했다. 우선 세계 경제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봤다. ‘유로존 위기’ ‘반복되는 글로벌 수준의 경제위기’ ‘국제경제 침체’ ‘동아시아 위기의 부상’ 등이 예측됐다. 이영면 동국대 교수는 “글로벌 위기는 기존 대응으로 해결하기 어려우며, 대안 모색에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라고 했다. 박영철 고려대 석좌교수는 “유로존의 위기가 금융과 시장 중심의 경제체제의 개편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았으며, 채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 또한 “인터넷 등의 발달로 글로벌화가 더욱 빠르게 진행되면서 급속한 환경변화에 대한 전망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양극화와 불평등 심화도 주요한 이슈로 지적됐다. ‘소득불평등 증가’ ‘빈곤’ ‘분배의 형평성 중시’ ‘균등화와 복지화’ ‘양극화’ ‘복지’ ‘양극화에 따른 갈등 심화’가 향후 5년간 세계가 직면할 변화의 열쇳말로 꼽혔다. 유상희 포스코 경영연구소 전무는 “극심한 경기변동과 불확실성 증대로 금융적 수단을 가진 자(부유층)와 못 가진 자(빈곤층) 간의 격차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라고 열쇳말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에너지와 기후 문제 역시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니라 바로 향후 5년 동안 발생할 변화로 지목됐다. ‘에너지, 식량 위기 현실화 및 기후이변으로 인한 사회혼란’ ‘환경변화에 따른 재앙 심화’ ‘기후변화 심화’가 열쇳말로 제시됐다. 2011년 막사이사이상 수상자 트리 뭄푸니 이베카 대표는 환경과 함께 이루어지는 번영이 추구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환경 자원을 활용하는 데 있어 균형을 갖추지 못한다면 거대한 환경 파괴가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구리모토 아키라 생협총합연구소 이사도 재생가능 에너지로의 이행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불안정한 에너지 자원에 더는 의존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향후 5년을 위기로 보는 것은 많은 참석자들이 지속가능성을 열쇳말로 선정한 것을 이해하는 충분한 근거가 된다. 특히 해외 연사들의 다수가 지속가능성을 향후 5년 세계 변화의 열쇳말로 꼽았다. ‘지속가능발전’, ‘균형발전’, ‘생태적 관점에서의 지속가능성’, ‘지속가능한 성장’ 등이 제시되었다. 국내 연사 가운데선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등이 지속가능성이 변화의 열쇳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첸신훙 중화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속가능발전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과제가 되었다”고 설명했고, 류영재 대표는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 확대, 세계 경제위기로 인한 중산층 몰락, 양극화 심화, 신자 유주의 퇴보가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키우게 만들었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가치와 태도의 변화 불가피

 

협력과 성찰, 책임이 세계 변화의 열쇳말이 될 것이라는 응답도 많았다. 위기와 혼돈이라는 문제의 심각성은 인류에게 가치와 태도의 전환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본 것이다. ‘국가 간 공조와 협력’ ‘상호의존성’ ‘호혜와 연대’ ‘이해, 협력, 상호신뢰’ 등의 답변이 국내외 연사들에게서 나왔다. 허시유 푸단대 교수는 “지구화의 속도가 계속 빨라지면서 협력의 필요성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또한 상호이해와 신뢰는 더 많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는 ‘물적, 양적 성장에 대한 반성’ ‘탐욕자본주의에 대한 저항’ ‘행복에 대한 새로운 이해’ 등 삶과 사회에 대한 근본적 성찰 요청과 연결된다. 예를 들어 나카무라 도시히로 코페르니크 대표는 “사람들의 가치가 바뀌고 있다. 특히 사회정의에 대한 젊은이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행복이 향후 5년의 열쇳말이 되는 이유를 설명했다.

 

‘사회적 책임과 이해관계자 사회’를 중시하고, ‘신경제주체의 확대’ ‘사회적 경제’에 대해 주목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한겨레경제연구소 이원재 소장은 “시장과 사회의 여러 그룹 사이의 협치와 균형이 가장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했고, 이봉현 연구위원 역시 “책임있는 상생의 시장경제로 초점이 모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부상, 기회이자 위기

 

한편 해외 연사들 가운데서는 중국과 아시아의 부상, 미·중 관계의 변화가 향후 5년간 가장 중요한 변화가 될 것으로 답한 이들이 많았다. ‘중국의 커지는 영향력’ ‘미국의 약체화와 흉포화 동시 진행’ ‘다두제적 지구 거버넌스’ ‘아시아 다이나미즘, 아시아의 경제적 성장’ 등이 열쇳말로 제시됐다. 국내 연사들 가운데도 ‘미-중 간의 협력적 경쟁관계’ ‘동양화’를 답한 경우가 있었다. 이번 포럼의 기조연설자였던 데라시마 지쓰로 일본총합연구소 이사장은 “미국 영향력의 후퇴가 분명하다”고 했다. 또다른 기조연설자인 마틴 자크 칭화대 교환교수 역시 “중국이 세계 경제와 정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커질 것이고, 미국이 이에 저항하려 하면서 긴장이 증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과 아시아의 부상은 새로운 기회임과 동시에 또다른 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시된 것이다.

 

‘위기와 혼돈’, ‘지속가능성’, ‘협력과 책임’, ‘중국과 아시아의 부상.’ 앞으로 5년간 우리가 직면하게 될 세계의 모습이다. 밝기보다는 어두워 보인다. 심각함과 엄중함이 느껴진다. 그러나 그저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국내외 전문가들과 기업인, 언론인, 엔지오 활동가들은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이 결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은 아니라고 답했다. 풀 수 있고, 또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일표 한겨레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iphong1732@hani.co.kr

설문 응답자 강명구 서울대 교수 |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 소장 | 김대규 에너지팜 대표 | 박영철 고려대 석좌교수 | 배기형 KBS 차장 PD | 손병해 경북대 교수 | 신경민 문화방송 전 앵커 | 신헌철 SK에너지 부회장 |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 | 우영균 상지대 협동사회경제연구원 원장 | 유상희 포스코 경영연구소 전무 |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이성호 한국태양광산업협회 부회장 | 이영면 동국대 교수 |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 이정우 경북대 교수 | 이태근 흙살림 대표 | 이필렬 한국방송통신대 교수 | 채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 | 존스턴 버챌 스털링대 교수 | 부옌팡 쩐메이대 교수 | 천신훙 중화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앤드루 드윗 릿쿄대 교수 | 도키 다케시 아시아방송연맹 국장 | 에바시 다카시 호세이대 교수 | 허시유 푸단대 교수 | 마틴 자크 칭화대 교환교수 | 구리모토 아키라 생협총합연구소 이사 | 마성훙 중국 과학원 교수 | 미야이 히로시 닛코 금융연구원 전무 | 모리사와 미치요 일본 CDP 이사 | 트리 뭄푸니 이베카 대표 | 나카무라 도시히로 코페르니크 대표 | 첸샤오쥔 칭화대 교수 | 패트릭 스미스 언론인 | 데라시마 지쓰로 일본 총합연구소 이사장 | 알렉산드라 트레이시 아시아사회책임투자협회 회장 | 왕옌 메르세데스벤츠 중국 부사장 | 양다웨 화웨이 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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