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 협동조합기본법 어디까지 왔나 -한겨레
“시장만능으론 안된다” 공감 속 3가지 법안 계류중
» 협동조합기본법 제정안 주요 내용
협동조합기본법 제정안은 3건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 최근 한나라당을 탈당한 김성식 의원이 각각 의원입법안을 냈고, 29개 시민단체가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를 통해 입법청원을 했다. 두 야당의 대표와 여당의 정책위 부의장, 그리고 정부까지 동시 출격했다는 점에서 기본법 제정의 무게감을 느낄 수 있다. 손 대표에게는 첫 입법안이고, 김성식 의원안은 정부의 뜻을 담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민단체 깃발 들자 여야도 입법 나서
애초 기본법 제정을 주도한 것은 시민단체들이었다. 올해 2월에 기본법 제정 공감을 위한 간담회를 처음 열었고, 9월까지 8차례 준비모임을 가졌다. 지난 10월11일 29개 단체의 협동조합기본법 제정연대회의가 출범한 것은 이러한 노력의 산물이었다. 그러자 민주당의 손 대표 쪽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청와대가 나서서 정부 태스크포스 가동을 주도하기에 이르렀다.
유엔이 정한 세계협동조합의 해가 내년으로 임박했다는 시점도 기본법 제정에 힘을 실어주었다. 세계협동조합연맹이 기본법 제정을 권고했고, 시민사회와 여야를 막론하고 ‘협동조합도 마음대로 만들지 못하는 나라’라는 오명을 뒤집어쓸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다.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장은 “시장만능의 신자유주의로는 더이상 안 된다는 공감대가 우리 사회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기본법 제정의 의의를 설명했다. 손 대표는 생산을 통해 복지를 구현할 수 있는 유력한 경제대안으로 협동조합 카드를 찾게 됐고, 정부는 정부대로 이명박 대통령이 내세운 공생발전의 콘텐츠로 협동조합을 떠올리게 됐다는 것이다.
농·수협 등 반대에 대출·상호부조 제한
기본법 제정이 기정사실화하자, 농·수협과 중소기업중앙회 등이 반대 로비에 나서는 모습이 목격됐다. 특히 농협은 제2농협의 출범과 신용사업의 허용을 경계했으며, 농협의 재정지원으로 운영되는 <농민신문>에서는 ‘협동조합 만능주의’를 비판하는 사설을 싣기도 했다. 기본법 제정을 추진한 시민단체들 사이에는 부족하더라도 일단 기본법을 제정하고 보자는 의견이 주류를 형성했다. 하지만 최근 소액대출과 신용사업을 좀더 폭넓게 허용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부 농업계 인사들은 제2농협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기본법 제정안은 크게 특수법인인 협동조합과 비영리법인인 사회적협동조합으로 구분해 법규를 적용하고 있다. 일반 협동조합은 시·도 지사 신고만으로 설립이 가능하고 잉여금의 10% 이상을 적립해야 한다.
비영리인 사회적협동조합은 주무부처 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하며, 해산 때에는 자산이 국고에 귀속된다. 잉여금도 30% 이상을 적립해야 한다. 사회적협동조합의 조합원 대상 소액대출과 상호부조를 출자금의 2분의 1 이내로 제한해 놓은 것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일반 협동조합과 사회적협동조합 모두 부분적으로 공정거래법 적용 예외를 인정받는다. 김현대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