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진교통사태 관련 청주시민께 드리는 긴급 호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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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라면 일한 죄 밖에 없는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머리깍고 삭발하며 밀린 임금 달라고 머리깍던 날, 하늘도 아는 지 멀쩡하던 하늘에 왜이리 비가 쏟아지더이까!
부모 잘못만나 등록금 못내, 다 큰 아들 억지로 군대보낸 것도 모자라 어제는 시청앞에서 코흘리개 어린 놈, 애지 중지 키운 딸아이, 바가지 긁던 마누라까지 불러내 서러운 찬비 맞으며 온가족이 투쟁구호를 외치니 이것이 어찌 사람이 할짓이더이까!
죄진 놈 따로 있는데, 죄진 놈 두발 쭉 뻗고 뜨신 방에서 자는데 왜, 우리가 무슨 지은죄 그리 크다고 아들뻘 전경하고 웬수처럼 부딪혀야 되고 가을새벽 찬기 모자라 빗방울 철퍽 철퍽한 시멘트 바닥위에서 웅크려야 하더이까!
말로만 시민의 공복.. 공복.. 외치던 교통과장 나으리.. 부시장 나으리.... 시민의 공복한번 보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왜 이리 힘들더이까!
청주시민 여러분!
우진교통 버스가 멈추니 불편하십니까? 매일같이 길거리에 나와 길막고 있으니 짜증나십니까?
정말로 죄송합니다. 그러나 청주시민 여러분! 우리는 죽겠습니다. 밀린 임금도 밀린 임금이지만 몇십년 운전대만 잡은 그 알토란 같은 퇴직금 50억이 하루아침에 도둑맞았습니다.
시민 여러분은 불편하시겠지만, 우리는 죽느냐 사느냐 갈림길에 서있습니다.
청주시민께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그동안 파업 103일동안 이짓 저짓 안해본 짓이 없습니다. 파업 103일 동안 우진교통 경영진에, 청주시 교통과장에 한두번 속아 본게 아닙니다.
이제 여기까지 왔습니다. 우리는 물러설데도 없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우리 우진교통 250명 버스 노동자들이 지금까지 딱히 시민여러분께 잘해드린 것도 없지만, 그래도 산목숨이라 살아야 겠습니다.
그래서 살아보겠다고 시청까지 들어왔습니다.
저희들의 요구는 간단합니다. 청주시가 공언한데로 부도덕한 악질 사업주의 사업면허를 취소하라는 것입니다.
우리 우진교통 노동자들의 간절한 절규. 억장이 무너지는 절규에 청주시민이 관심가져주시길 부탁드립니다.
2004. 11. 3
우진교통 버스노동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