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진교통 노조경영 10개월, 채권단 소송에 경영정상화 청신호 ‘깜빡깜빡’
시내버스 가압류로 차량 교체불가 운행축소 우려
회사 ‘단계적 상환 가능’ 채권단 ‘가압류 해제 불가' <권혁상 기자 jakal40@hanmail.net>
지난 1월 노동자 자주관리기업으로 새출발한 우진교통이 10개월만에 뜻밖의 암초에 부딪히게 됐다. 채권단이 어음청구 소송을 제기한데 이어 최근 시내버스 차량에 대한 가압류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시내버스가 가압류될 경우 운행연한이 만료되더라도 새 버스로 교체할 수 없기 때문에 정상운행이 불가능해진다.
특히 우진교통은 전체 103대의 시내버스 가운데 30여대가 내년 6월까지 운행연한이 만료되기 때문에 대규모 노선축소 사태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노조의 기업인수라는 위기관리 상황속에서도 항로를 유지했던 우진교통이 차량압류라는 암초를 어떻게 해쳐나갈 지 주목된다. 채권단과의 소송분쟁에 대해 정리해본다.
▲ 용암동 차고지에서 정비사가 타이어를 교체하고 있다. /사진=육성준기자
우진교통의 실제 소유주였던 민모씨의 부인, 동생을 비롯한 채권단 6명은 지난 4월 우진교통을 상대로 11억원 상당의 어음금 청구소송을 청주지법에 제기했다. 개인별로는 부인 명의의 3억원이 가장 컸고 유류대 명목으로 3명이 3억원을 제시했다. 법원에서는 경영정상화에 따른 연차별 상환을 통해 쌍방 합의조정이 이뤄지도록 권고했다.
실제로 지난 10월초 조정재판에서 변호사를 대동한 양측은 2005년말 20%, 2006년말 60%, 2007년말 20% 단계적 상환계획안에 의견접근을 보였으나, 결정적으로 교통카드 운송수입금에 대한 가압류 해제여부를 놓고 합의를 보지 못했다. 우진교통측은 변제계획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운송수입금 가압류 해제가 당연하다는 입장이었고 채권단은 올해 20%만 상환받는 상황에서 가압류를 전부 해제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었다.
운영수익으로 11억원 상환
결국 합의조정은 실패로 끝났고 1주일 뒤 더욱 심각한 분쟁요인이 발생했다. 채권단이 우진교통 시내버스 62대에 대해 가압류를 신청한 것. 차량을 가압류당할 경우 당장 운행은 가능하지만, 9년 운행연한이 만료되더라도 해당 번호판으로 새 차를 교체할 수 없다는 것. 우진교통 김기남 과장은 “신차로 바꾸지 못하면 결국 번호가 죽게되고 그러면 회사 운행버스가 감차되는 셈이다. 감차되면 노선운행이 축소돼 시내버스 이용승객들도 불편이 커질 수밖에 없다. 또한 운송수입금 감소로 채권상환 계획에 차질이 생겨 경영정상화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우진교통은 지난 10개월간 복대동 차고지 매각을 통해 20억원에 달하는 은행권 부채와 4대 보험료 연체금을 상환했다. 또한 정상적인 금여지급을 하면서 남은 운영수익금으로 11억원 가량의 부채(개인사채 2억4천만원, 유류대 어음금 3억원, 부품대 식대 2억원, 할부금 2억원, 퇴직 임금채권 2억원 등)를 정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현행대로 운영된다면 남은 20억 안팎의 채권도 2년 기한으로 상환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채권단은 이미 교통카드 운송수입금을 가압류해 안정적인 채권 확보책을 마련한 셈이다. 교통카드 운송수입금이 매달 4~5억원 정도 쌓이기 때문에 채권단의 어음채권 11억원의 확보수단으로 충분하다는 것. 하지만 전 사주의 친인척이 참여한 채권단에서 차량 가압류까지 시도한 것은 단순한 채권회수가 목적이 아닌 다른 노림수가 있지 않느냐는 우려감을 낳고 있다.
특히 제시한 어음 가운데 일부는 정상 발급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우진교통측의 주장이다. 회사측은 “2004년 9월에 부도가 났는데 그 이후에 배서된 어음이 7억원을 차지한다. 더구나 전 사주의 부인·동생 명의로 된 것을 인정하기에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행여 채권단과 전 경영진이 차량 가압류라는 압박수단을 통해 50% 지분에 대한 회사분할을 시도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차량 가압류 배경놓고 회사-채권단 긴장고조
이에대해 전 사주 민모씨는 “당초 노조에서 20억원의 운영자금을 확보해서 내 명의의 어음 5억원을 제외한 모든 부채는 해결하겠다고 장담했다. 그런데 어음을 인정할 수 없다는 식으로 나온다면 가만히 있을 채권자가 어디 있겠는가. 어음에 문제가 있다면 형사고소를 해서 진실을 밝히자. 교통카드는 임금채권자들도 가압류를 걸었기 때문에 언제 돌려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래서 채권조기 확보 수단으로 차량 가압류를 했을 뿐이며 회사분할 시도는 소설같은 얘기”라고 일축했다.
현재 교통카드 운송수입금은 비노조원 임금채권 5억7천만원이 가압류돼 법원의 조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우진교통이 전체 운송수입금의 60%에 해당하는 교통카드 대금을 수개월씩 묶어둔채 경영정상화를 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따라서 채권단과 단계적인 상환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관건이지만 우선적으로 차량 가압류라는 암초를 피하는 것이 급선무다.
우진교통측은 지난해 지역 시내버스 업체가 일괄 감차한 번호판을 부활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청주시와 협의하기도 했다. 청주시 교통과는 “작년 청주에서 51대를 감차했고 우진교통이 14대를 줄였다. 교통수요를 감안해 관내 운수업체들과 상호협의해 결정한 것인데, 우진교통만 번호판 부활을 해준다면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대중교통 수단인 만큼 회사와 시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모색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과로로 인해 병원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우진교통 김재수 대표는 “노동자들이 한계상황에 봉착한 경영진으로부터 60억원의 퇴직임금 채권을 유보하고 악조건속에 인수한 회사다. 지난 10개월동안 부단한 원가절감을 통해 경영정상화의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했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운송수입금 창구를 막고 버스까지 묶어놓은채 부채상환을 요구한다면 이것은 회사를 깨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채권단이 차량 가압류를 철회하고 현실가능한 대안을 논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2005년 11월 0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