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가 주인인 우진교통, 오늘도 달린다!
집단 퇴직과 압류조치, “까짓거 단결 투쟁으로 대응할 터”
“지난 3년간 우리가 일구어 낸 회사이니만큼 우리가 지켜낼 것”
지난 3년간 노동자들의 땀으로 일구어낸 노동자자주관리기업 우진교통. 회사를 인수할 인수 당시 147억원에 달하는 회사부채를 작년 말까지 66억 원이나 상환하는 등 우진교통의 노동자들은 주변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충북 최초로 노동자가 운영하는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일부 구성원들의 집단 퇴직과 압류조치로 인한 재정적인 위기가 불어닥쳤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지난 3년간 우리가 일구어 낸 회사이니만큼 우리가 지켜낼 것”이라고 주먹을 불끈 쥐고 오늘도 버스를 몰로 도로를 달리고 있다.
경영정상화를 위해 체불임금 수급을 미루다
2004년 우진교통 노동자들은 오랜 기간 상습적 임금체불에 맞서서 “체불임금 청산! 악덕사업주 구속! 버스공영제 실시!”를 요구하며 단식과 청주시청 앞 철야 농성 등 파업 투쟁을 전개했다. 투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조합원들은 “한국노총 자동차노련의 무대책과 무능력에 한계”를 느끼고, 9월 17일 88%의 찬성으로 민주노총 민주버스노조로 조직형태를 변경했다. 노동자들은 그 해 11월 청주에서 처음으로 시청 점거 투쟁을 전개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의 무자비한 폭력 진압으로 다수의 노동자가 부상하자, 충북 지역의 전체 노동자들이 처음으로 ‘지역연대 총파업’을 결의했다.
이에 청주시청은 지역 총파업 하루 전날, “우진교통의 사업면허취소와 더불어, 사업면허 취소 후에는 제3자 공모 방식을 통하여 새로운 사업자를 선정하고, 사업자는 현재의 근로자의 고용 및 임금을 보장하도록 시에서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결국 사측은 파산을 앞두고 체불임금 대신 주식 50%를 노동조합에 이양, 2005년 1월 5개월에 걸친 파업을 정리하고 충북지역 최초의 ‘노동자자주관리기업’이 탄생시켰다.
당시 우진교통 노동조합 변정룡 지부장은 “최단 시일 내에 운행을 개시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갈 것이다. 또한 주변의 만만치 않은 방해 속에 충북지역 최초의 노동자 자주관리 기업을 만들어 갈 준비를 할 것”이라며 “지역에서 소중한 연대투쟁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힘든 기간 함께 해온 조합원들과 동지들에게 고맙다”고 밝혔다.
노동자자주관리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동자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우진교통을 바꿔나가기 시작했다. 이들은 당시 민주노총 충북본부 김재수 사무처장을 대표이사로 파견요청하고, 이전 경영진들이 발생시켜놓은 체불임금을 노동으로 갚아나가기 시작했다.
2001년부터 제 날짜에 월급을 받아본 적이 단 두 번밖에 안 되어서 조합원들은 신용불량자의 길을 걸었지만, “우리는 다시 할 수 있다. 우리가 모범적으로 노동에 임하고 전 조합원이 노력한다면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체불임금 역시 경영정상화 이후 받겠다. 먼저 회사를 살리는 게 급선무”라는 결의를 밝히고 노동자자주관리기업을 일구어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우진교통은 민주버스노조에서 탈퇴하고 민주노총 충북본부 소속으로 조직을 변경하고 첫 노조위원장으로 파업투쟁을 이끌었던 변정룡 씨가 추대됐다.
약속을 어긴 우사모, 체불금 압류조치 퇴직금 신청으로 자금압박
“이까짓 일은 우진교통이 ‘노동자자주관리기업’이 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일 뿐”
그러나 순탄치만은 않았다. 노동자들은, 승무팀, 정비팀으로 나누고 승무팀이 주축이 되어 이끌었지만, 이를 불만족스럽게 여긴 몇몇 조합원들이 ‘우진교통을 사랑하는 모임(이하 우사모)’를 결성했다.
최근 우사모는 법원에 체불금 압류조치를 취하고 단체 퇴직을 해, 자금 압박을 가하고 있다. 부채상환에 헐떡이고 있는 회사의 자금난을 이용해 현 집행부를 공격한 것이다. 더구나 지난 달 19일까지 61명의 직원들이 한꺼번에 퇴직해 우진교통은 퇴직금 마련과 압류금액 46억 원에 대한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우진교통에 남아있는 200여 명의 조합원들은 “출범 초기 그들 스스로가 약속한 것을 어기고, 생명줄과도 같은 교통카드 수입금을 압류한 것 때문에 생계가 어려워졌다”며 “또다시 어려워진 상황이지만 다시 한 번 힘을 합쳐 이겨내겠다”라고 밝혔다.
실제 우진교통 조합원들은 휴일에 쉬어본 기억이 없을 정도다. 사직한 직원들의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서, 이전 경영진들이 발생시켜놓은 체불임금을 해결하기 위해, 압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들의 휴일을 반납하고 밤낮으로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지희구 조합원은 “너무나 가슴이 아프고 힘들게 일하는 동료들을 보면 미안하다. 지난 3년간 모든 것을 바쳐 100%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경영정상화를 이뤄냈다고 생각했는데, 올해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며 “우사모가 주장하는 것처럼 문서위조나 회사자금을 개인적으로 유통하거나 한 일이 절대 없다. 그러니 법원에서도 우사모가 아닌 우리 쪽 손을 들어주지 않았나. 법원에서는 강제집행정지명령을 내렸고 일부 압류금을 제외한 교통카드운송 수입금이 입금되어 2월분 급여를 제외한 3월분 급여를 지급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퇴직금 마련으로 인해 자금난이 더 심하다. 또 압류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 회사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이후 임금 지급을 못하게 되고 조합원들은 생계곤란에 빠질 것이다. 최악의 경우 장기간 버스운행정지도 일어날 수 있다. 불편은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걱정했다.
분명 우진교통에게 있어 이번 사태는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진교통을 일구어 나가는 노동자들은 말한다.
“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아. 이럴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더 열심히 버스를 몰아야지. 전엔 더 힘들었는데 이까짓 쯤이야. 우리가 뭉쳐서 일하고 싸우면 풀리지 않겠어? 이까짓 일은 우진교통이 ‘노동자자주관리기업’이 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일 뿐이야. 우린 해낼 수 있어!”
2008-06-10 09시06분 천윤미(moduma@cmedi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