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진교통의 ‘씨오쟁이’를 훔쳐간 주택공사
뒤늦은 점심을 짬뽕 곱빼기로 때우자, 사람들의 잡설이 술술 쏟아져 나온다. ‘아무개가 바다리(쌍살벌)집 술담아 놓은 거를 백만원에 팔았대’. ‘에이, 뭐가 백만원이래. 바다리 고거는 딱 칠십만원이야’. ‘야. 고게 고래 비싸나! 내, 바다리집 있는거 아는데 고거나 따 놔야 겠네’. ‘아저씨, 바다리 우습게 알면 안돼요. 장비 단단히 꾸래요. 안 그러면 당장 밥 숟가락 놔야 돼요.’ 3명의 해고자와 6명이 정직을 맞은 단양버스 노동자들과 함께 한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단양에서 돌아오는 길, 차창밖 풍경은 온전한 가을 그 자체다. 제천에서 단양으로 들어갈땐 도담상봉이 절경이었는데, 수산면을 지나 덕산으로 나오는 길은 산골마을의 정취가 깊다. ‘황금들녘’이 무색할 정도로 누런 들판은 보기만 해도 풍요롭다. 이미 추수가 끝난 논배미를 보다가 농부의 기쁨을 연상할 찰라, 생각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만약, 저 논배미가 일제치하의 7,80%를 소작료로 뜯긴 소작농의 논이였다면! 수마가 할퀴고간 그보다 더한 수탈의 논배미였다면!
우진교통의 노동자들이 지난주 다시 거리로 나섰다. 꽃다리에서 주택공사 충북본부 건물이 있는 청주교대정문 앞까지! 그곳에서 만난 한 아저씨가 귓속말로 속삭인다. ‘옛날(2004) 생각 하고, 맘 단단히 먹는 셈치고, 그때 신었던 등산화신고 왔어. 허허’
우진교통의 노동자들이 정말로 뿔났다보다. 그런데 그 이상이다. 만약, 주택공사가 (우진교통의) 용암동 차고지를 강제수용하려 한다면 ‘죽으면 죽었지 그곳에서 한발짝도 못나간댄다’. ‘토지(차고지)수용대가로 보상을 받은 들, 빚쟁이(신한은행) 빚잔치 하고나면 남든 것도 없다. 설령 백억을 준다해도 청주시내에서 4천평의 토지를 구하기도 힘들거니와 현행 법규상 청주시에서 차고지 허가가 나올 땅도 없다. 결국, 이러면 우진교통은 차고지가 없어 망할 수밖에 없다’고 진정으로 절규하는 목소리가 연방 터져나온다.
맞다. 우진교통노동자들에겐 ‘(주)우진교통’은 그냥, 직장의 의미가 아니다. 망해버리면 떠나도 되는 그런 직장이 아니다. 전 경영진으로부터 받지 못한 몇 년치의 체불임금과 하나도 적립되지 못한 이십년 근속의 퇴직금을 이제부터 수익을 통해 하나하나 만들어 낼 ‘씨오쟁이’(이듬해 지을, 씨앗을 담아놓는 짚으로 만든 망태)같은 존재였던 거다. 지금 남아있는 우진교통의 부채 110억원중 80% 이상이 조합원들의 체불임금인데, 우진교통의 흥망은 그 문제와 직결해 있다.
사실, 바다리(쌍살벌)는 알고보면 위험한 벌이 아니다. 말벌처럼 공격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제 집을 건드려야만 그때서야 공격한다. 쏘여봐야 손등 약간 붓는 정도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바다리 잘못 건들면 ‘바로 숟가락 놔야’ 된단다.
맞는 말이다. 우진교통의 노동자들이 꼭 ‘바다리’ 같은 경우다. 더욱이, 주택공사는 퇴로를 열어주지 않았다. 도시 재개발 인허가를 내준 충북도청이나 우진교통과 관련된 직접적인 행정업무를 맡은 청주시청은 중대한 착오를 했다.(이점은 조만간 수면위로 떠오르리라!).
주택공사, 충북도청, 청주시청은 합작으로 바다리집을 건드리고 말았다. 을씨년 스런 논배미같은 우진교통 차고지에서 바다리들의 목숨을 건 저항이 거세지리라!
충청타임즈 현장칼럼 김남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