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관리기업 우진교통의 묘수 찾기
자주관리위원회 구성 등 노-노 갈등 재발방지
동남택지개발 따른 차고지 문제 해결은 숙제
노동자 자주관리기업으로서 안착하기 위한 우진교통(주)(대표 김재수)이 노력의 결실을 맺기 위한 또 한번의 중대한 시기를 맞고 있다.
우진교통은 지난 2005년 1월 노동조합이 경영권을 인수한 지 만 3년 만에 66억원의 부채를 상환하는 등 예상 외의 경영 성과를 거두며 한 때 정상화 선언까지 검토했었다.
노동자 자주기업 출범 이후 복대동 차고지 매각 등 구조조정과 엔진 공회전 금지에서부터 이면지 사용 등 모든 구성원들의 원가절감 노력으로 경영상태가 호전됐던 것이다.
지난해 140억원의 총매출에 8억8900여만원의 매출이익을 올려 9억4700여만원의 적자를 낸 2006년 보다 개선됐으며 판매비와 일반관리비를 적용한 영업이익도 2006년 -22억6000만원에서 -2억6000만원으로 적자 폭을 크게 줄였다.
여기에 국고보조금 등 영업외 수익을 합하면 계획대로 부채 상환을 진행하면서도 24억7000만원의 당기 순이익을 올렸으니 경영이 안정단계로 접어든 셈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 1월 노동자 자주관리기업 3주년을 맞아 경영정상화 선언까지 검토했었다. 3년 동안 임금 체불은 물론 단 한번의 삭감도 없었고 오히려 물가인상률 만큼 인상해 왔다. 당시 상황이라면 충분히 정상화를 선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육지책으로 집단 ‘압류’ 위기 넘겨
하지만 긴장이 풀려서일까 이 즈음부터 내부 분열이 표면화 되기 시작했다.
일부 직원들을 중심으로 경영진과 노동조합 지도부에 반대하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급기야 ‘우진교통을 사랑하는 모임’이라는 사조직까지 형성돼 갈등이 빚어졌다.
지난 3월부터 집단 퇴직자들이 발생하기 시작해 90명에 이르는 직원들이 회사를 떠났고 퇴직금과 체불임금을 요구하며 회사통장, 교통카드 수입금 등을 압류조치 함에 따라 큰 위기로 내몰렸다.
역시나 해법은 자주관리기업이라는 말처럼 남은 직원들의 희생으로부터 나왔다.
회사를 떠난 옛 동료의 퇴직금과 밀린 임금을 지급하느라 남은 직원들이 6개월간이나 임금을 받지 못했던 것.
한 승무직원은 “어느 한사람 한달치 급여가 아쉽지 않은 사람이 있겠는가. 동료를 등지고 나가 집단 압류한 사람들이 밉기도 하지만 나와 내 가족이 살기 위해서는 회사가 우선 정상화 돼야 하기 때문에 지금의 고통을 참고 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상당 부분의 압류를 해소하고 점차 안정을 되찾고 있으며 빠르면 10월분 급여부터 정상지급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진교통 노동자 자주관리기업으로서의 힘은 최근 회사 법인 정관을 자주관리 정관으로 개정하면서 모든 구성원들의 동등한 권리 행사를 명문화 했고 규칙과 규정 등 제도를 구조화 하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법인 이사들의 당연직 참여를 포함한 자주관리위원회를 통해 최소한이나마 집단 퇴사와 압류 등 내부갈등 요인의 개선과 재발방지 장치도 마련했다.
우진교통 관계자는 “자주관리기업이나 우리사주기업과 같은 회사는 경영권이 분산되기 쉽기 때문에 내부 갈등이나 편가름 현상이 나타나기 쉽다. 우진교통은 이런 문제점을 막기 위해 개방된 의사결정 구조와 투명한 경영을 보장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첩첩산중 ‘차고지 수용’
집단 퇴사와 압류의 원인이 내부에 있었다면 우진교통 차고지 문제는 예상 못한 외부 요인으로부터 불거졌다.
주택공사가 시행하는 동남지구택지개발에 차고지가 포함돼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지만 현재 회사 사정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어서 최악의 경우 운송업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는 상황이다.
현재 우진교통이 사용하는 현 용암동 차고지는 주차장 5300㎡와 임대해 이용하는 정비고1700㎡를 포함해 7000여㎡다.
하지만 이곳도 105대의 전체 버스를 주차할 수 없어 인근 동부종점 시유지를 40여대의 버스 차고지로 임시 사용하고 있다.
결국 필요한 차고지는 최소 1만3000여㎡. 하지만 동남택지개발에 따라 차고지가 수용된다면 사실상 우진교통은 대체 차고지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금융권 채권 17억원에 대한 근저당이 설정돼 있고 거액의 체불임금 등 보상을 받는다 하더라도 빚잔치를 하고 나면 남는 것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새로운 차고지를 확보할 여력이 없으며 이렇게 되면 시내버스 운송 면허가 취소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설사 대체부지를 마련한다 해도 현행 국토계획과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연접개발 금지로 인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청주시 관계자도 “차고지 조성 또한 개발행위인 만큼 연접개발 금지 조항에 따라 마땅한 부지를 찾기 힘들 것이다. 매우 안타까운 상황임에는 분명하다”고 말했다.
결국 우진교통의 차고지 문제는 법률을 점 더 적극적으로 해석해 지역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우진교통의 재정상황을 비춰볼 때 스스로 대체 차고지를 마련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고 관련 법률만 탓하며 대형 버스회사의 몰락을 지켜볼 수도 없다. 당사자인 우진교통과 택지개발 시행자인 주택공사, 충청북도, 청주시 등 자치단체들이 머리를 맛대고 발전적인 해법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진교통이 사기업임에는 분명하지만 서민 교통의 한 부분을 책임지는 공익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동양교통의 험난한 여정
노조 경영권 인수 이후 압류-체불 악순환
우진교통이 내부 분열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것에 비해 노동조합이 회사 경영권을 인수한 동양교통은 아직까지 편가름과 분열의 악순환을 끊지 못하고 있어 주변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동양교통 노조가 회사 경영권을 인수한 것은 지난 2005년. 세 번이나 대표이사가 바뀌었지만 그때마다 반대 비주류의 퇴사와 압류, 이에 따른 임금체불의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정상화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또한 노조 지부장 자리를 두고도 내부 갈등이 심각히 벌어지고 있고 부당노동행위 등의 시비도 잇따르는 등 갈등의 골이 깊어가고 있다.
한 관계자는 “내부 갈등으로 인해 2006년 60명이 넘는 직원이 집단 퇴사한 뒤 압류해 남은 직원들의 임금이 1년 가까이 체불되기도 했고 또다시 다른 측에서 퇴사와 압류조치를 단행하는 등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런 편가름은 경영권 갈등으로도 이어져 번번히 대주주 영입이 실패로 돌아가는 등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동양교통은 재무구조 등으로 미뤄 정상화 가능성이 높은 회사로 평가받는다. 6개 시내버스 회사중 가장 건실하다는 소리도 듣는다. 가장 빠른 해법이 대주주 영입, 즉 3자 경영권 인수지만 내부 갈등으로 인해 두 차례나 무산되는 등 안타까운 현실만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2008년 10월 07일 (화) 20:24:51 김진오 true5@cbi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