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기업’ 청주 우진교통 바퀴 멈추나
용정동 차고지, 주공 택지 수용위기…“운송면허 취소돼 회사 사라질 판”
주공·시에 대체방안 촉구
» 청주 우진교통 노동자 150여명은 18일 오후 대한주택공사 충북본부 앞에서 차고지 수용 반대 시위를 벌였다.
지난 2004년 170여일동안의 기록적인 파업 끝에 노동자 자주관리기업으로 거듭난 청주 우진교통이 4년여만에 다시 거리에 섰다. 청주시 용정동의 차고지(5400㎡)가 대한주택공사 충북본부가 벌이고 있는 청주 동남지구 택지개발권역 안에 포함되면서 수용 위기에 몰렸기 때문이다.
우진교통 김재수 대표와 노동자 등 150여명은 18일 오후 2시 충북도청에서 주공 충북본부까지 2.5㎞ 거리행진을 한 뒤 주공 충북본부 앞에서 “강제수용 결사반대”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우진교통 지희구 과장은 “주공이 계획대로 땅을 수용하면 차고지가 사라지면서 시내버스 운송 면허가 취소되고 회사는 없어지게 될 것”이라며 “공공재인 버스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시와 주공이 차고지 존치 등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보상을 받으면 은행 등 채권자들한테 빚잔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새 차고지를 마련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차고지는 우진교통의 생존권 자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집회 뒤 주공 충북본부에 차고지 존치, 대체방안 마련 등을 담은 본교섭 요청 공문을 전달했다.
장순영 주공 충북본부 택지개발팀 차장은 “차고지를 존치하되 2억5천만~3억원에 이르는 존치부담금을 분할해서 받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시와 1천평 규모의 공용 차고지(종점지)를 마련해 우진교통 등에게 활용하게 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기민 청주시 교통행정과장은 “노동자 자주관리기업인 우진교통의 상황, 주택공사의 입장 등을 고려해 중재에 나서고 있다”며 “공용 차고지 활용 등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 시민의 발이 원활하게 운행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2004년 7월 밀린 임금 해결 등을 놓고 노사가 마찰을 빚어 171일 동안 운행을 멈췄던 우진교통은 이듬해 1월 노동자가 노동·경영을 책임지는 자주관리기업으로 새 출발해 3년 만에 146억6천만원에 이르는 빚 가운데 68억여원을 갚는 등 성공 조짐을 보여 왔다.
글·사진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2009.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