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풍경] 노동자 기업 5년 역정 ‘희망 가속페달’
‘노동자 자주기업’ 청주 우진교통
회사빚 146억·노-노 갈등, 악재 딛고 경영 안정궤도
노동자 교실에 노사 상생경영 ‘이상적 모델’ 만들기
» 청주지역 버스회사인 우진교통 김재수 대표(앞줄 왼쪽에서 네번째)등이 20일 노동자 자주 관리 기업 다섯돌 기념식을 한 뒤 웃고 있다. 우진교통 제공
올겨울 유난히 춥다. 그러나 청주 버스회사 우진교통 노동자들은 2004년 말을 가장 추운 겨울로 기억한다. 거리에서 성탄과 새해를 맞았다.
올해 춥고 눈까지 많은 겨울이 이어지면서 버스 운전대 잡는 일이 힘겹지만 우진교통 노동자들의 마음은 어느 때보다 따뜻하다. 노동자 자주관리 기업으로 거듭나 5년을 넘기면서 회사 경영과 기업 문화가 안정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우진교통의 회생은 그야말로 험난했다. 2004년 7월24일 밀린 임금 해결 등을 놓고 노사가 갈등을 빚어 노동자 240여명은 171일 동안 운전대를 놓고 거리에서 투사로 지냈다. 그사이 회사는 직장폐쇄, 부도, 사업면허취소 조처를 한 뒤 경영에서 손을 뗐다.
2005년 1월20일 노동자들은 회사의 빚을 떠안은 채 경영주체가 되는 노동자 자주관리 기업을 세웠다. 노동자들과 함께했던 김재수(50)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사무처장이 대표를 맡았다.
“사사건건 반대만 하던 녀석들이 뭘 하겠어. 곧 문 닫겠지”라는 비판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경영 문외한인 노동자들의 독한 경영은 우려와 비판을 뒤로하고 회사를 살려냈다. 김 대표 등 경영진은 급여를 반납했고, 노동자인 버스기사들은 스스로 ‘쉬는 차 시동 끄기’, ‘친절운동’을 하는 등 원가 절감과 발 돌린 승객 모시기에 나섰다.
그사이 경영권을 넘겨받을 때 떠안은 회사 빚 146억여원 가운데 66억원을 갚았다. 지난해 말 당좌거래가 트이는 등 부도 기업 꼬리를 뗐다. 지난 18일에는 2004년 회사가 체불한 임금 6억여원 가운데 3억2000여만원도 노동자들에게 갚았다.
지희구 총무과장은 “남은 부채는 새 버스 구입 할부금, 꼬박꼬박 갚아 가는 은행권 빚 등이어서 지금의 재무 흐름이라면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수준이며, 경영은 안정권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위기도 많았다. 2008년 노동자 60여명이 집단 퇴직하면서 40여억원을 압류했다. 이른바 ‘노노갈등’이었다. 2009년에는 용담동 차고지가 택지개발 지역에 포함돼 사라질 위기에 몰리기도 했지만 어렵사리 해결했다. 김 대표는 “어려울 때 함께했던 동료를 떠나 보낼 때 정말 가슴 아팠다”며 “떠난 이나 남은 이나 우진의 노동자들이 위기를 넘긴 자산이자 힘이었다”고 말했다.
우진교통은 노동자 자주관리 기업의 뿌리를 내리는 데도 열심이다. 지난해 9월 ‘우진 노동자 교실’을 열었다. 김 대표 등이 자주관리 기업과 노동 이해 등 12강좌를 60시간에 걸쳐 강의하고 있다. 회사는 다달이 경영 상황을 설명하고 있으며, 노동자들은 자주관리위원회·공동복지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홍순국(49) 노조위원장은 “지난 20일 김 대표에게 명예 평생조합원 위촉패를 주는 등 노사가 소통하고 상생하는 것이 안정의 기틀이 됐다”며 “앞으로 이상적인 기업·노동 모델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