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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그만 두겠다는 대표, 안된다는 직원  
김진오 경제·사회부장  


“이런 경우는 처음 봅니다.”
우진교통 김재수 대표와 회사 구성원들간에 벌어지는 실랑이를 두고 한 말이다. 어떤 이는 우진교통에서나 있을 만한 일이라고도 하고 또 어떤 이는 한 기업의 일을 두고 주변과 언론이 너무 지나친 관심을 보인다고도 한다.

분명한 것은 지금 우진교통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한 기업의 대표 선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자주관리기업이라는 큰 실험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김재수 대표의 불출마 선언과 이를 철회하라는 회사 구성원들의 실랑이에 관심을 보이고 이런저런 시각에서 지켜보는 것이다.

우진교통은 대표든 사원이든 ‘구성원’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또 ‘노-사’가 아닌 ‘노-노’의 시각으로 회사를 경영한다. 이사회 지위를 갖는 자주관리위원회를 구성해 노동조합과 현장 근로자를 경영에 참여시키고 매월 경영설명회도 연다.

171일 파업의 결과로 노동조합이 경영권을 인수하며 숨 가쁘게 달려온 우진교통의 지난 6년의 시간도 지금의 이 상황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우진교통 전직원들은 현재 부문별로 간담회를 열고 있다. 주제는 물론 김 대표의 불출마 선언. 이들은 김 대표의 불출마는 곧 회사를 떠나겠다는 것인 만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선 이제 겨우 경영정상화의 길에 접어 든 우진교통에 김 대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직원 가족들까지 나서 김 대표 집을 찾아 설득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악성채권 해결과 직원들의 집단이탈, 택지개발에 따른 차고지 문제까지 김 대표가 앞장서서 해결했다. 지난해에는 회사 부도 딱지도 뗐다.
배 곯아가며 아스팔트 위에서 파업을 진행하던 기억이 생생한 가족들은 그래서 더욱 김 대표가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우진교통이 김 대표를 원하는 더 큰 이유는 바로 의리 때문이다.
‘처음 당신을 만나 오랜 세월이 지나오면서 단 한번도 우리의 구성원이 아니라고 생각해 본적이 없습니다…외부와 싸울 때 늘 함께 했었고 슬픈 일이 생기면 그 또한 늘 당신과 함께…하지만 그 속에는 개인의 아픔도 우리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들이 모르고 지내온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이제는 당신과 함께 하는 그 길에 늘 우리들이 함께 있겠습니다. 그러니 이제 당신도 이곳 우진교통에서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며칠전 우진교통 구성원들이 김 대표에게 전달한 호소문의 일부다. 길지 않은 글이지만 여기에는 힘겹게 달려온 지난날의 흔적과 의리가 듬뿍 묻어난다. 넘지 못할 것처럼 보이던 높은 고개를 몇 개나 넘어오면서 지치기도 했겠다는 공감에서부터 이제 경영도 안정되고 있는 만큼 좋은 날을 함께 하고 싶다는 절절한 마음이 담겨 있다.

노동조합이 무슨 경영을 하겠냐던 차가운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150억원 빚더미 회사를 정상적인 기업으로 되돌려 놓은 김 대표와 우진교통 구성원들이 벌이는 실랑이가 시사하는 바가 참으로 크다.
하나의 목표를 위해 달려 온 이들의 모습을 보며 이들을 응원해 온 많은 사람들이 흐뭇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것이다.­

2010년 10월 01일 (금) 09:53:08 김진오 기자  true5@cb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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