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경기침체, 실업 등 자본주의 경제의 취약한 문제점들이 계속 도출되면서, 많은 국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협동조합은 세계 각지에서 이러한 자본주의의 폐단을 사람들 간의 자발적인 협동을 통해 극복해나갈 수 있는 길을 열어나갔던 경험이 있었고, 사회적경제조직들은 그와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희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여왔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8개의 특별법에 따라 일정한 조건을 갖추어야만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협동조합의 자발적인 설립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여서, 다양한 영역에서 자발적인 협동을 통한 노동ㆍ실업ㆍ복지ㆍ교육ㆍ주택ㆍ빈곤 등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협동조합에 맞지 않는 조직형태를 활용할 수밖에 없어 그 활동과 성장에 제약을 받고 있었다.
2011년 2월 17일, 사회투자지원재단의 제안으로 한국지역자활센터협회 · 한국협동조합연구소 등 3개 단체는 '협동조합기본법 제정 동향과 과제 공감을 위한 간담회'를 함께 개최하면서 협동조합법 제정에 대한 사회적경제 조직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간담회 이후 대안기업연합회,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한국의료생협연대, 사회적기업협의회, 돌봄노동네트워크(YMCA, YWCA, 전국실업단체연대, 한국여성노동자회 등에서 운영하는 돌봄서비스 사업단 네트워크), ICOOP협동조합 등 9개 단체로 '법 제정 추진 준비위원회(준비위원장 사회투자지원재단 문보경)'를 3월 22일에 구성하고, 한국협동조합연구소를 간사단체로 하여 공식적인 활동을 시작하였다.
노동자협동조합을 만들어보겠다는 선배들의 실천이 있어왔던 이래 20여년 만이다. 그간 자활사업으로, 사회적기업으로, 자기 변신을 하면서 경쟁적 시장질서가 아닌 협동을 통한 상생구조를 만들어보려는 노력을 잃지 않고 왔던 선배들의 노력을 바탕으로, 협동조합기본법 제정을 위해 사회적경제조직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이 공동대응의 틀을 마련하였다.
당시 준비위원회의 주된 활동 목표는 법 제정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단체들을 조직해 연대회의를 조직하는 것이었고, 내용적으로는 법률의 방향과 법률 명칭에 대한 초안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이 활동을 기반으로 7월 21일, 26개 가입단체 중 19개 단체가 참여하는 '(가칭)협동조합설립법 제정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 대표자 회의가 개최되었다. 이날 회의를 통해 연대회의 차원에서 법안 마련을 위해 법률 제정팀을 구성하여 9월 5일 '협동조합기본법 안'을 마련하였고, 9월 6일 대표자 회의를 개최해 법안을 검토하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9월 6일 대표자 회의에 법률제정팀의 법안이 올라왔으며, 회의 이후 수정을 거쳐 법안을 9월 6일 대표자 회의 결과 법안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수정되었다. 연대회의의 법안은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의 소개로 국회에 청원되었으며, 상임위에선 논의되었다.
연대회의는 법안 마련 이후 10월 2일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30개의 회원단체로 구성 된 '협동조합기본법 제정 연대회의'를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발족하였다.
연대회의는 구성 당시부터 법 제정을 목표로 운영되는 한시적 조직으로 그 성격을 제한하였으며, 법 제정 이후 연대회의의 발전 방안에 대해서는 재논의를 하기로 합의하였다. 2011년 10월 12일 날 당시 야당대표였던 손학규 의원의 대표발의를 통해 협동조합기본법이 발의 되었고, 이후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이 11월 2일에 협동조합기본법을 발의하였다. 이후 상임위논의과정에서 하나의 법안을 정리되었고, 위원장대안으로 2011년 12월 29일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이 되었다.(협동조합기본법 제정과정에서의 법안들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http://likms.assembly.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법이 제정되는 과정에서 정부 및 국회와의 관계에서 쟁점이 되었던 조항이 협동조합을 비영리 성격으로 규정하는 것과 신용조합 및 공제조합에 관한 사항이었다.
결국 제정된 협동조합기본법에서는 영리조직으로 간주하는 일반협동조합과 비영리조직으로 간주하는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이분화 되었으며, 이에 따라 등록주의와 인가주의를 병행하게 되었다. 그리고 신용조합과 공제조합은 사회적협동조합에 한해서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소액대출 사업과 상호부조사업으로 축소되어 제정되었다. 그리고 국가 개입의 최소화와 협동조합의 자율성 보장은 정부에서도 수용하였으나, 인가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사회적협동조합에 대한 정부의 감독 기능은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법 제정에 대해 속도가 붙는 현상을 보면서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왜'라는 질문을 많이 하였다. 특히 12월 29일 법 제정이 현실로 나타나자, 그 질문은 '어떻게'로 바뀌기도 하였다.
이 글을 쓰고 있는 2012년 1월 현재시점까지 법 제정 결과에 대해 연대회의의 공식적인 평가는 발표되지 않았으나, 연대회의 활동 과정에서 체감한 것을 바탕으로 법 제정에 이르게 된 환경을 서술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우호적인 환경이다. 2012년은 UN이 지정한 '협동조합의 해'로 사무총장을 배출한 국가로서 일정한 역할 수행이라는 정서적 기여가 필요했던 상황이다.
둘째, 정치 역학적 측면이다. 협동조합기본법은 제일 먼저 민주당의 손학규 의원의 발의를 한 것으로 당 대표가 발의한 법안에 대해 비중 있게 다룰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작용을 한 결과이다.
셋째, 정책적 필요이다. 혼합복지, 생산적 복지로 패러다임이 바뀌어, 자활사업이나 사회적기업육성 정책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아직까지 정부의 재정 지원에 기초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시민사회진영의 자생력과 능동성이 부족하다고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반면 당사자들의 출자 참여로 이루어지는 협동조합을 시민사회 진영의 능동성과 자생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대안적 경제사업조직으로 주목하고, 법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의 소규모 협동조합의 설립을 가능케 하려는 환경 조성 마련에 있다.
넷째. 진보적인 협동조합 진영의 성장이다. 한축으로는 1999년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의 제정으로 우리 사회에서는 구매협동조합과 의료생협을 통해 생활에서 만나고 체감할 수 있는 협동조합이 양적으로 성장하였으며, 시민들의 협동조합 참여 경험이 확대하였다. 또한 공동육아의 확대와 참여 경험도 협동조합을 생활 속에서 이해하는데 한 몫을 하였다. 그리고 다른 축으로는 노동자협동조합의 지향을 갖고 실천해 왔던 가난한 사람들의 생산공동체운동의 맥을 잇고 있는 자활사업의 성장과 사회적기업 및 사회적경제에 대한 관심의 고조로 협동조합에 주목한 결과이다.
법안이 마련된다는 것은 사회적 필요와 정당성의 반증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협동조합기본법의 경우 시민사회진영과 정부 관료 및 정계가 모두 그 필요를 공감하고, 협력을 하였다는 점에서는 매우 이색적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에 통해 필자는 두 가지 의미를 추가로 부여하고 싶다.
하나는 시민권의 확장이다. 다른 경제 활동 방식을 우리 사회가 제도적으로 수용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의 발전적 현상이라 의미 부여가 가능할 것이다.
다른 하나는 사회적 필요는 이데올로기를 넘어선다는 점이다. 과거의 개인 경험을 놓고 볼 때, 노동자들의 기업 소유나 노동자협동조합은 이데올로기로 터부시 되어왔던 영역이었다. 사회주의로 동일시하던 협동조합이나, '감히 노동자가 기업을 소유 해'라는 지배자의 논리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노동자의 소유 기업 또는 종업원지주기업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사회의 변화에 따른 그 필요는 이데올로기도 넘어설 수 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아직 시행령과 시행규칙 마련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에서 연대회의의 활동은 2012년에도 지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