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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지역의 필요에 응답하는 하나의 방법인 사회적경제를 촉진하고 지원하고 있는 사회투자지원재단은 2012년의 중요 사업 테마를 "지역"과 "협동조합"으로 정하고, 관련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올해는 유엔이 정한 "세계협동조합의 해"이며, 한국에서는 2011년말에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었습니다. 프레시안은 사회투자지원재단과 공동으로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더욱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서 협동조합기본법 제정의 경과와 주요내용, 의미와 기대, 그리고 사회적경제의 풀뿌리 현장에서의 협동조합운동을 촉진하기 위한 활동을 모색해보는 기획을 마련하였습니다.

 

 이병학 (한국지역자활협회장)

 

협동조합기본법이 2011년 12월 29일 제정되었다.

국회에서 협동조합기본법 제정을 위한 논의가 시작된 날짜가 민주당 손학규전대표가 법안을 발의한 10월 12일이었으니 불과 2개월 보름 만에 통과된 것이다.

국회에서 법이 제정되기 위해서는 해당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후, 법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본회의로 회부된다. 그리고 상임위원회에서 법사위원회로 회부된 법률안에 대해서는 법이 졸속적으로 제정되는 것을 막기 위해 5일간의 숙려기간을 갖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번 협동조합기본법은 상임위 의결부터 법사위 및 본회의 통과에 이르기까지 불과 이틀이 소요되었을 뿐이다.

대통령이 협동조합기본법 제정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얘기가 들리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몰라도 정부쪽의 적극적인 자세를 보면서 내심 2011년 중에 통과될 것이라는 기대를 했었고, 또 그렇게 되도록 열심히 발로 뛰기도 했지만 막상 통과되고 나니 법이 이렇게도 만들어 질 수 있나 싶다.

작년 12월에 일본 노동자협동조합연합회를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11월에 있었던 CICOPA(세계노동자협동조합연맹) 총회를 통해서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한국의 법 제정 추진상황을 비교적 소상히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 부러움 반, 쓴웃음 반으로 하는 얘기가 '한국은 원래 다 빠르지 않나'였다. 축하를 받는 것인지 지적을 받는 것인지 묘한 기분이 드는 순간이었다. 우리나라에 비해 노동자협동조합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법이 없는 일본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한국이라는 나라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협동조합기본법의 제정 배경

무엇이 협동조합기본법의 제정을 이토록 서두르게 했을까?

표면적으로는 올해가 UN이 정한 세계협동조합의 해이고, 2011년 정기국회에서 처리를 못하면 금년에 있을 국회의원 선거 와중에서 유실되어 버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정부에서 협동조합기본법을 제정하고자 했던 핵심적인 문제의식은 다른 곳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제안한 협동조합기본법안 제안 이유를 보면 '일자리 확충과 고용안정'에 대한 기대가 첫 번째로 올라와 있다.

현 정부 들어 두드러진 현상중의 하나가 경제는 성장하는데 일자리는 늘지 않고, 근로빈곤층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2011년 국정운영의 최우선 과제도 일자리 창출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일자리 창출에 정부예산을 들일 생각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온 생각이 비재정일자리, 곧 정부재정이 투자되지 않는 일자리 창출이다.

신영복선생은 영리회사와 협동조합의 차이로봇과 인간에 비유함으로써 협동조합이 지닌 인간주의적 성격을 강조했다. 이윤추구보다는 인간을 중심에 놓고 운영되는 협동조합의 일자리 창출 가능성이 높은 이유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경쟁과 효율성을 강조하는 현 정부의 정책이 연대와 협동을 생명으로 하는 협동조합과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다음으로는 현 정부의 핵심정책 중의 하나였지만 사기업화·영리화로 인한 문제가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는 사회적 기업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대안으로서 협동조합이 선택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협동조합은 '1인 1표제'를 기반으로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이다. 따라서 사회적기업의 운영에 있어 협동조합적 요소를 강화함으로써 취약계층 지원과 지역사회 기여라는 본래의 목적 달성에 적합한 조직으로 돌려놓고 싶은 것이다.

협동조합기본법 제정에 대한 기대

1) 노동자협동조합 의도야 어쨌든지 협동조합기본법의 제정은 협동조합운동 진영의 입장에서도 밀린 숙제를 해결하고, 협동조합운동의 발전을 촉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특히 노동자협동조합의 경우 지난 수년간의 침체와 왜곡을 딛고 운동의 활성화를 꾀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노동자협동조합운동은 1980년대 후반 이후 사회 전반의 민주화 흐름 속에서 시작되었다. 노동조합에 의한 기업 인수나 협동조합 설립 경험을 가진 사람들에 의한 노동자협동조합 설립, 빈민지역에서 시작된 생산공동체 운동 등이 그것이다. 1990년대 초반에는 스페인의 협동조합복합체인 몬드라곤의 사례가 소개되면서 노동자협동조합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크게 확대되어, 2003년에는 노동자협동조합연합회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자본과 기술의 부족에 제도적 뒷받침의 부족은 노동자협동조합의 지속적 발전을 어렵게 했다.

노동자협동조합운동의 전통을 이어받은 곳은 1200여 개에 달하고 있는 자활공동체이다. 자활공동체는 이름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생산공동체 운동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운영에 있어서도 주민주체, 민주적 운영, 이윤의 지역사회에의 기여 등 생산공동체의 정신을 이어받고 있다.

그러나 협동조합법의 부재로 인해 법적으로는 주식회사·유한회사 등 영리기업, 운영에 있어서는 협동조합 방식이라는 모순된 상황에 처해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협동조합기본법의 제정은 자활공동체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다만 갈수록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최근 경기지역의 150여 개 자활공동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자활공동체 구성원들이 협동조합에 대한 알고 있는 경우가 50%에 그치고 있으며, 60%가 협동조합에 대한 교육 경험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협동조합에 관한 교육을 받을 생각이 있는 사람은 80%에 달하는 등 관심은 높다고 할 수 있어 앞으로의 노력이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이들이 협동조합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금년 중으로 만들어질 협동조합기본법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이 노동자협동조합의 특성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제정되어야 한다.

소비자 조합원이 임원을 맡고 있어 임원과 직원이 분리되어 있는 생협 등과 달리 노동자협동조합은 조합원이 직원(노동자)이고 임원이기 때문에 임직원의 겸직이 불가피하다. 제정된 협동조합기본법에는 노동자협동조합의 출현을 염두에 두고 사업의 성격, 조합원 구성 등을 감안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겸직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바 노동자협동조합의 경우 임직원의 겸직을 제한 없이 허용해야 한다.

2) 보건의료협동조합 의료생활협동조합의 경우도 협동조합기본법의 제정과 함께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 혹은 설립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현재 의료생협은 법적근거를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에 두고 있으나 소비자들에 의한 구매활동이 중심이기 때문에 지역사회 공익서비스의 제공을 주요한 사업으로 하는 의료생협의 특성을 담아내기 어렵다.

우선 2010년에 개정된 생협법에서는 '비영리법인' 조항이 빠졌다. 의료생협의 경우 시행령에 잉여금 배당금지, 청산시 잔여재산에 대한 조합원 분배금지 등을 포함시켰다고는 하나 충분치 못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지역사회 소외계층에 대한 진료, 예방 및 보건활동 등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생협법상의 '비조합원 이용금지' 조항을 적용해서도 안 된다. 물론 제정된 협동조합기본법에서도 생협법상의 규정을 차용하여, 비조합원 이용을 50%이내에서만 허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향후 노동자협동조합 등과의 연대를 통해 비조합원 이용 금지 조항을 철폐해야 한다. 아울러 노동자협동조합과 마찬가지로 의료생협의 직원들도 조합원으로서 임원을 맡을 수 있는 만큼 임직원 겸직금지 조항도 적용해서는 안 된다.

현재 125개에 이르고 있는 의료생협 가운데 조합원의 참여에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곳은 15개 정도에 불과할 만큼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유사의료생협의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의료생협을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설립하도록 함으로써 공공적, 비영리적 성격을 명확히 하고, 운영의 공개를 통해 건강한 의료협동조합을 육성해야 한다.

3) 소액대출상호부조 협동조합 최근 들어 빈곤계층의 자조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는 공제협동조합도 협동조합으로의 전환과 설립이 유력한 곳이다.

우리사회의 빈곤계층들은 소액 생활자금의 경우에도 일수나 신용카드대출에 의존하고 있을 만큼 사회적 관계망이 무너져 있다. 공제협동조합은 이들이 출자를 하고 출자를 통해 조성된 자금으로 긴급한 생활자금을 대출해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협동조합으로서 노숙인들도 참여하는 등 최근 그 숫자가 100여 개에 이르고 있다. 이들은 소액신용대출 이외에도 직거래, 공제사업 등을 통해 활동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장례물품의 직거래를 통해 장례식 비용을 대폭 줄이고, 공동체 장례문화의 전파를 목적으로 하는 협동조합들도 생겨나고 있다.

이번 협동조합기본법 제정과정에서 이들의 활동을 어떠한 방식으로 보장할 것인지가 마지막까지 쟁점이었다. 결국 불법대부업체와 공제사업의 난립을 우려한 정부 측의 반대에 부딪혀 '소액대출과 상호부조'라는 우회적인 표현으로 포함시켰는바, 이후 시행령 등의 제정과정에서 보다 명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이외에도 전국적으로 약 60여 개에 달하고 있는 공동육아협동조합도 협동조합법에 근거한 활동이 보장되었다고 할 수 있다.

협동조합이 가야 할 길

이렇듯 협동조합법의 제정은 많은 과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협동조합기본법 제정이 대중적 실천의 결과라기보다는 정부 주도로 진행되었다는 점에 있다. 이러다보니 협동조합 운동 진영 내에서도 협동조합기본법에 대한 이해와 공유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협동조합법 제정에 대한 홍보와 함께 왜 협동조합인지, 협동조합으로의 전환은 어떻게 할 것인지, 운영은 어떻게 할 것인지 안을 만들고 실천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한편 이번 협동조합기본법은 정부지원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협동조합기본법 제정을 앞두고 만들어진 '협동조합기본법제정을위한 연대회의'에서는 협동조합의 자율적 운영을 강조하기 위해 정부로부터의 간섭은 물론 지원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법안을 만들었다. 정부입장에서는 법을 만들더라도 별도의 재정부담이 없으리라는 점도 법제정에 적극적인 태도를 갖게 된 요인 중의 하나였다.

일부에서는 정부지원이 없어 협동조합으로 전환을 하는 곳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이 말대로라면 협동조합으로 전환을 하거나 새로 만들고자 하는 곳들은 정부로부터의 지원이 없어도, 협동조합을 해보겠다는 이들이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당장에는 협동조합의 양적 확대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운동의 발전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역사적으로 협동조합은 노동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고, 상호부조를 통해 삶의 질을 개선하고자 한 운동이었다. 협동조합의 7대 원칙 중에도 '자율과 독립'이 들어가 있다. 따라서 당분간 우리의 협동조합 운동은 정부지원에 기대는 것이 아닌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운동체로서의 자기 성장을 도모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협동조합은 사회적 약자들이 연대를 통해 스스로 돕고자 하는 운동이며, 나아가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운동이다. 협동조합기본법의 제정을 기회로 협동조합 운동의 활성화는 물론 연대의 가치가 확산되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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