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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곪았던 환부 도려내고 새롭게 태어날 것”

회복 관건은 ‘혁신’···문제는 패권주의 구태
지역의 진보에게 답을 묻다

 

최근 벌어진 통합진보당 사태로 인해 12월 대선에서 야권 대선후보에게 악재가 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름 밝히기를 꺼려한 지역 정가 한 관계자는 “이번 진보당 사태로 야권이 결정적인 부담을 하나 안고 갈 것”이라며 “진보당이 분당하든 분당하지 않든 주사파와 관련한 이념공세는 여당으로부터 제기될 것이고 진보당과 연대하는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든 안철수 후보든 이러한 공격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사태가 봉합 되고 다시 안정적인 모습을 찾을 때의 낙관적인 전망도 내 놨다. 이 관계자는 “지금 진보당의 사태는 수많은 노동자 서민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진보정치가 국민들에게 실망감과 상실감을 안겨주고 있지만 이로 인해 그동안 곯아있던 암 덩어리는 도려내고 새롭게 태어나고자 하는 ‘진보 시즌 2’가 도래하고 있다”며 “현 사태로 지난 총선에서 10.3%의 정당지지도에서 4%로 떨어졌지만 진보당이 혁신을 하고 야권연대 행보를 하면 6~7% 정도는 회복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을 미루어 판단해 보면 통합진보당의 회복 관건은 혁신이냐 그렇지 않냐에 달려있다.  지난 18일, 통합진보당 15개 시도당 위원장 42명 가운데 절대다수인 32명이 혁신비대위를 지지하며 비례대표들의 전원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혁신비상대책위원회를 적극 지지한다”며 “혁신비상대책위원회를 흔드는 그 어떤 행위에 대해서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지난 중앙위원회의 결정한 당 혁신 결의안은 통합진보당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라며 “순위경쟁 비례명부의 당선자 및 후보자들은 조속한 시일 내에 전원 사퇴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인근 지역 도당 한 목소리 내지만

이날 성명에는 지난 17일 당원비대위 결성을 제안한 당권파 위원장들의 지역인 경기도당, 광주시당, 충북도당, 경북도당의 국민참여계, 혁신연대 계열 공동위원장들도 참여해 당권파를 당혹케 했다. 서울시당, 인천시당, 강원도당, 충남도당, 대구시당, 제주도당은 공동위원장 전원이 성명에 참여했다. 진보당의 광역시도당 체계는 중앙당과 마찬가지로 통합 3주체가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앞서 지난 12일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 회의장에서 일어난 폭력 사태와 관련, 이튿날 통합진보당 강원도당과 충남도당은 대표단 공동명의의 긴급 성명을 내고 강기갑 혁신비대위에 대한 전폭 지지 입장을 밝히며 “중앙위원회를 조직적으로 파괴한 자들을 정확히 확인해 영구제명, 출당, 사법처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근 지역 도당이 한 목소리로 의견을 내고 있지만 통합진보당 충북도당 내부에선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른바 경기동부 당권파 계열인 민노당 계 이명주 사무처장과 참여당 계 엄경출 사무국장 사이에서 의견과 주장이 서로 대척점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점점 불신과 감정의 골의 깊어지는 통합진보당 충북도당 내부의 모습을 보며 일각에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과거 운동을 했던 이들의 ‘비정치권 또는 시민단체 개입’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정 개인의 정당 아니다”

충북 도내 1세대 학생 노동운동의 선봉이었던 김재수 우진교통 대표는 최근 벌어진 통합진보당 사태를 보며 가슴이 새까맣게 탔다. 김 대표는 민주노동당 창당 멤버로 2008년 진보신당과 분당될 때,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판단하고 탈당했다. 이후 어느 당에도 적을 두지 않고 있지만 아직까지 누구보다도 진보정당에 대한 애정이 가득하다.

“충북 같은 경우는 예전에 노동운동이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이런 PD(People's Democracyㆍ민중민주)이 NL(National Liberationㆍ민족해방)계열인 경기동부연합 구 당권파가 충북으로 오면서 조금씩 그 세력을 잃었다. 그들이 보여준 패권적 모습들이 너무 실망됐었다. 지금은 민주노총에서 파견나와 우진교통에서 일하고 있어 정치적 의견을 내 놓은 것이 대단히 조심스런 입장이다. 다만 간절히 바라기는 구 당권파의 패권적이고 대단히 종파적인 모습들이 혁신적으로 바뀌길 바랄 뿐이다”

김 대표와 같이 민주노동당이 분당할 때 함께 탈당한 김남균 우진교통 사외이사도 탈당 할 때와 마찬가지로 현재의 가장 큰 문제는 패권주의라고 강조했다. 김 이사는 “진보정당이 탄생하게 된 것은 노동운동의 가장 큰 종착지로 노동자 세력화였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통합진보당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민주노동당이다. 최근 진보당 사태는 십 수 년 동안 지탱되어 왔던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실패라는 것에서 느끼는 상실감으로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저뿐만 아니라 노동 운동을 해왔던 모두가 정신적 공황상태”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패권주의의 구태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일침을 가했다. “당권파라고 하는 이들을 보면 마치 자기들이 당을 일구어 놓은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진보 정신을 가진 선배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만든 값진 진보정당인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솔직하게 먼저 자기를 깊이 돌아봐야 한다. 모두가 다 같이 반성해야 하는 것이다. 패권주의가 진보정당을 갉아먹는 것을 알아야 한다.”

 

“도약과 몰락의 갈림길”

민주노동당 초창기 멤버로 민노당에서 국회의원 두번, 진보신당에서 한번 출마했었던 신장식 전 진보신당 대변인은 통합진보당 충북도당에서 문제를 풀어나가는 당직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까봐 발언을 상당히 조심스러워 했다.

그러면서도 그가 조심스럽게 내놓은 대안은 ‘대승적 극복’이었다. “소위 구 당권파 분들은 자기들이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을 수 있겠지만 왜 많은 사람들이 그쪽이 잘못했다고 손가락질하는 것에 대해서 현실을 똑바로 직시했으면 좋겠다. 국민들을 상대로 반독재민주화 투쟁을 하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지금 통합진보당 사태는 한국의 보수와 진보의 양당 정치 하에서 중대한 기로와 갈림길에 서 있다. 지금의 사태로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사회복지 국가를 앞당길 수 있는 유효한 진보정당으로 진출 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특히 충북 같은 경우는 지역 단체 가운데 노동조합이 많이 있어 진보정당이 유효한 정당으로 가능성이 많다. 시민사회단체, 노동조합 등 잠재력이 곳곳에 포진되어 있다. 정치적으로 이들을 모아 집중해서 정치를 하기도 모자랄 판에 이런 사태가 터져 안타깝다. 다시 한 번 이런 큰 목표를 가지고 한 마음이 되어 현재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헤쳐 나갔으면 한다.”    

주요 시민단체 각 처장들의 답변은 그동안 통합진보당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는데 무엇을 요구할 수 있냐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통합진보당이 이 어려운 난국을 조속히 훌훌 털고 노동자 서민들을 대변해 주는 정당이길 주문했다.

이두영 경실련 사무처장은 “경실련은 이념과 종교를 초월하고, 정파에 치우치지 않고 운동하는 단체다. 다만 진보정당들이 우리 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그 역할을 제대로 잘 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진보정당에 크게 기여한 바가 없기 때문에 그저 이 사태가 잘 해결되길 바랄 뿐이다”라고 말했다.

염우 환경련 처장은 “그동안 진보정치 운동 쪽에 관계를 했다면 논평도 내고 그럴 텐데 괜히 다들 지금 통합진보당 내분으로 마음에 상처가 있을 텐데 섣부르게 표현하고 싶지 않다. 얼마 안 되는 분들이 그동안 지역에서 진보정치를 위해 노력해 왔는데, 이번 사태를 가지고 얘기를 하고 싶지 않고 그것보다 그 전 4.11 총선에서의 민주당의 역할 부재에 대해 더 심각하고 보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송재봉 참여연대 사무처장도 “현 통합진보당 사태를 답답하고 안타깝게 보고 있는 상황이다. 정당 내에서의 정파적인 문제로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문제이기 때문에 지역 차원에서 입장을 내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있어서 크게 의미가 있지 않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굳이 그런 의견을 낼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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