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기사님들의 고충은 익히 알고 있습니다. 특히 오늘같이 눈이 내린 날은 운전하시기 여간 까다롭지 않으실거란 것도 충분히 짐작합니다.
오늘 저는 아이와 성화동 정류장에서 산남동 종점으로 들어가는 20번(1번 인지 2번인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네요;;)을 탔습니다.
저와 같이 탄 남자학생은 아마도 혜원장애인종합복지관을 가려는 요량으로 버스에 탑승한 듯 싶었습니다.
학생에게는 약간의 장애가 있어 보였고 나이도 많아야 열일곱정도 되었겠지요.
학생은 세광고를 지나 가마리입구에서 내릴 생각이었나 봅니다. 그도로는 6차선인지 8차선인지 꽤 넓은 도로였고
기사님은 이미 산남동 좌회전을 염두하시고 좌회전 차선으로 달리고 계셨지요,
제 기억이 맞다면 아마도 정류장 순서는 세광고 - 가마리 - 대안교육센터 그쯤일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학생이 벨을 조금 늦게 눌렀습니다. 그래도 제 기억에는 정류장을 아직 지나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기사님은 화를 내시며 미리 안 누르고 뭐했냐고 하시며 아이를 정거장을 다 지나 산남동으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세워주셨습니다. 두지동 정류장을 백미터 정도 앞두고 말이죠.
아이는 분명 장애인 복지관을 가야할 터인데 눈이 이렇게 많이 온 날, 자기가 버스를 타고 온 거리만큰 그 시골길을
하염없이 걸어가야 합니다. 게다가 아이는 사회적으로 보호받아야할 사회적 약자이며 아픔이 있는 아이입니다.
차선을 바꾸는 수고로움, 외곽도로에서 다른 차들도 속도를 내기에 차선을 바꾸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 정도는
저도 알고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 그때 차선을 바꿀 수 있는 충분한 상황이었고 꼭 정류장을 못 맞추시더라도
아이의 상황을 이해하셨다면 그리고 그 정류장이 다름아닌 장애인복지관 정류장임을 조금이라도 생각하셨다면
기사님은 종점으로 들어가는 1분 정도를 양보하시고라도 아이를 가마리입구 근처에라도 세워주셔야 하지 않으셨을까요?
차를 운전하고 가시는 분은 그 거리가 얼마 안된다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아이에게는 굉장히 긴 거리이고
눈오는 날은 더더욱 아이에게는 힘든 길입니다. 기사님의 화에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정류장도 아닌 산남동 길목에서 내린 아이는 여기가 어딘지 가늠하느라 어안이 벙벙하고
저는 거기서 같이 내려주어 길 안내라도 해주지 못한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려 밤에 이 홈페이지에 들어와 글을 남깁니다.
정류장이 다른 곳이 아니라 장애인복지관으로 가는 길목입니다. 수고로우시더라도 한번 더 살펴 주세요.
혹시나 아이가 늘 내리던 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내려 길을 헤매진 않았을지 너무나 걱정되는 밤입니다.
기사님께는 번거롭게 여겨질 수 있는 그 일이 아이에게는 자신을 외면하는 세상에게 감동을 느꼈을 수도 있을 일이었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어른들에게는 자기 자식이 있고 자기 자식이 장애를 가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다른 장애아들을 답답하고 불필요한 존재로 여기지 말아주세요. 그 아이들이 지금 정상적으로 자라나는 내 아이들의
바로 기사님들의 아이들의 아픔을 대신 다 짊어지고 세상에 나온 가엾은 천사들입니다.
기사님, 일 하시면서 더럽고 치사하고 분한 일 많이 겪으 셨을 줄 압니다. 하지만 기사님들의 그런 분노가
세상을 살아가는, 그 버스를 타고 다니는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묻어납니다.
조금 더 아이들에게 친절을 베풀어 주세요. 아이가 정말 걱정이 됩니다...
안녕하세요.
협동조합형 노동자자주관리기업 우진교통(주)고객서비스지원부입니다.
먼저 동종업종에 근무하는 담당자로서 대신사과 드리겠습니다.
지난 12월28일 20 - 1~2번은 당사버스와 동일운수버스가 운행하고 있었습니다.
지목하신 4시 43분경 세광고 - 가마리 - 대안교육센터앞 운행차량은 당사차량이 아니고 동일운수차량입니다.
고객님의 사연을 읽고 담당자로서 그동안 무심코 지나친 일들에 대하여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연주셔서 감사드리며, 교육을 통하여 시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