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일이 있어 늦은 밤 기차를 타고 조치원역을 거쳐 청주로 왔습니다.
늦은 시간임에도 조치원역에서 청주로 가는 버스가 운행중이었습니다.
평소에 청주에서 버스를 자주 타 보지 않았던 탓에
목적지인 상당구 용암동까지 버스가 있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10시 48분경 502번 버스를 타게 되었습니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 승객은 몇 안되었지만,
마스크를 쓴 버스 기사님께서 하나 하나 인사를 건네셨습니다.
출발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청주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타 지역에서 시내버스를 종종 탔을때 겪어보지 못했던 생소한 친절이었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졸음이 몰려오는 와중에
버스는 청주 터미널을 거쳐오고.. 갑자기 정차했습니다.
알고 보니 그 곳이 종착역이었고,
제가 시내버스에 익숙하지 않아서 노선을 잘 모르고 탄 것이었죠.
시간은 11시 30분을 훌쩍 넘긴 상황, 일단 내려서 택시라도 잡아야하나
당황스러워 밍기적대던 와중 기사님께서 내려서 환승해야 한다고 일러주셨습니다.
“이 시간에도 버스가 있나요?” 하고 바보처럼 되묻자 기사님은 목적지를 물었습니다.
용암동에 가야 한다고 말씀드렸더니 나를 한번 보고는 툭 말씀하셨습니다.
“앉아계세요.”
“정류장에 앉아서 기다리면 환승할 수 있나요?”
“그냥 여기 앉아계시면 돼요.”
찰나의 고민 끝에 좌석에 털썩 앉았고 기사님은 덧붙였습니다.
“차고지가 용암동이라 가는 길에 내려줄게요.”
순간, 이 말이 너무 믿음직했고 안도했습니다.
버스는 정차 구간 없이 쏜살같이 달려 목적지 근처에 도달했습니다.
기사님께선 운행을 종료했음에도 한명뿐인 승객을 의식해서인지 마스크를 벗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운전석 옆에 놓인 장부를 들춰보며 내가 탔어야 할 버스를 알려주셨습니다.
곧 목적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내릴 수 있었습니다.
조금 걸어야 했지만 쌀쌀한 밤공기가 춥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온 지구가 얼어붙은 것같은 이 시기에
따뜻한 친절로 마음을 녹여주셔서 고맙습니다.
청주 502번 차량번호5052 버스 운행하신 기사님 성함은 모르지만,
감사한 마음을 담아 글 남깁니다.
그리고 밤늦게 버스를 운행해주는 버스회사와 다른 기사님들께도 감사합니다.